김연아 출전 D-3…피겨 점수로 분석해보는 '금메달의 비밀'
D-3. 세계 피겨 팬들이 기다리는 '여왕' 김연아(24)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가 오는 20ㆍ21일(한국시간) 열린다. 확인된 경쟁자는 러시아의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와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24·일본)다.
특히 리프니츠카야는 대회가 임박할수록 존재감이 돋보인다. 10일 끝난 피겨 단체전(국가대항전) 여자싱글에서 214.42점(쇼트 72.90점, 프리 141.51점)을 받아 자신이 지난 1월 유럽선수권에서 세운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점수를 경신했다. 아사다는 '필살기'인 트리플악셀의 성공률이 낮긴 하지만 그래도 올 시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물론 우승 후보는 김연아다.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실수만 하지 않으면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신기한 점은 김연아의 '기술 기본점수'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점수 비중이 큰 프리프로그램의 경우 김연아의 기술 기본점수는 리프니츠카야와 아사다보다 낮다. 그런데 왜 항상 김연아의 점수가 높을까.
◇ 아사다보다 8점, 리프니츠카야보다 3점 낮다 = 피겨 스케이팅 싱글 종목은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프로그램의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각각의 프로그램은 기술점수(TES)와 구성점수(PCS·예술점수)로 이뤄진다. 기술을 시도하다 넘어지면 감점(Deduction)이 된다.
쇼트와 프리의 연기 시간은 각각 2분 50초와 4분으로, 후자의 점수 비중이 훨씬 크다. 즉 프리에서 잘해야 금메달에 가까워진다. 그런데 프리프로그램에서 김연아의 기술 기본점수가 세 선수 중 가장 낮다. 점프·스핀·스텝 등 소치에서 사용할 기술의 기본점수를 합하면 58.09점. 리프니츠카야(61.22점)와는 3점 이상, 아사다(65.86점)와는 8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완벽함의 상징인 김연아의 기본점수합계가 왜 경쟁자보다 낮을까. 올림픽 2연패에 문제는 없을까.
◇ 낮은 기술 기본점수는 숫자일 뿐 = 두 번째 질문에 먼저 답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기본점수가 김연아의 2연속 우승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 비밀은 '가산점'(GOEㆍ수행점수)에 있다. 기술점수(TES)는 기술 기본점수에 각 요소 별 가산점을 더해 산출한다. 즉 점프나 스핀, 스텝에서 가산점을 많이 받으면 기술 기본점수가 낮은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다.
김연아가 우승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가 좋은 예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레미제라블'의 기술 기본점수는 58.22점으로 지금과 비슷했다. 그러나 기술점수(TES)는 74.73점으로, 가산점으로만 16.51점을 챙겼다. 가산점의 역할은 기술의 '완성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교과서라 불리는 점프 외에도 모든 기술을 정석대로, 오차 없이 연기하는 김연아의 가산점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리프니츠카야도 가산점을 많이 받는 편이다. 지난 팀 경기 여자 싱글 프리에선 장기인 스핀에 가산점이 쏟아지며 수행점수로 총 10.47점을 챙겼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가 김연아를 가산점으로 이기긴 어렵다. 김연아의 장기인 점프는 프리에서 7번이나 뛰는 반면, 스핀은 3번까지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 역시 김연아가 더 뛰어나다. 리프니츠카야가 홈 이점을 안고 있지만, 김연아가 '클린'할 경우 승부를 뒤집기는 어렵다.
◇ 아사다, 높은 기본점수가 오히려 독 = 아사다는 높은 기본점수(65.86점·이하 프리 기준)에 비해 실제 받는 기술점수(TES)가 그다지 높지 않다. 실수가 많아 가산점을 많이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본점수를 다 받는 일도 드물다. 점프할 때 회전수를 다 채우지 못하면 기본점수가 깎이는데,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이 대표적이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쉬운 점프를 뛰는 것만 못하다. 이런 위험 부담 때문에 아사다는 이번 대회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번만 할 계획이다. 그 동안은 세 번 했다.
점프에서 모험을 하면 기본 점수는 얼마든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계획했던 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기술점수뿐 아니라 예술점수(PCS)에도 지장을 준다.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예술성·작품성을 고려해 적정 기술을 프로그램에 녹인다. 그 결과가 완벽하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따라오지 못한다. 그래서 김연아의 경기를 '여왕의 연기' 또는 '작품'이라고 부른다.
손애성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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