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 보장하는 국세청法, 15년 동안 국회 문턱에서 좌절
-이번 2월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정성호·조정식 법안 병행심사
-이해관계 얽혀 있어 처리 여부 이번에도 미지수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15년째 공염불이 된 국세청법이 이번엔 통과될까. 1997년 '세풍(稅風)' 사건 후 논의되기 시작한 국세청법이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매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여야가 정치권은 물론 국세청, 유관부처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낼지 미지수다.
12일 국회와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청은 검찰, 경찰, 국정원, 감사원 등과 함께 5대 권력기관 중 하나지만 다른 권력기관과 달리 개별조직법이 없다. 개별법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은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997년 당시 국세청 직원은 한나라당과 공모해 세무조사 편의를 미끼로 대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거둬들였다. 이른바 '세풍' 사건이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영향을 줬던 태광실업에 대한 강도 높은 특별세무조사도 국세청이 정치에 악용된 사례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1999년 당시 재정경제부는 국세공무원이 정치활동을 할 경우 가중처벌을 하고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1인당 월 30만~50만원의 국세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는 국세청법을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차별로 국회에 제출되지도 못했다. 국세청법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공약으로 다시 수면 위에 올랐으나 역시 관계부처의 반발로 국회에서 자동 폐기 처분됐다.
국세청법은 지난해 민주당에 의해 다시 발의됐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장의 임기를 2년으로 보장하고 국세공무원을 특정직화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올 들어 같은 당의 조정식 의원도 국세청장 임기를 보장하고 외부 견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두 법안은 모두 국세청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보장하고 국세공무원을 특정직화해 정치적 중립성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다. 정성호 의원안은 국세청 내부의 인사적체 해소 등을 강조한 반면 조정식 의원안은 외부 개방과 견제에 초점을 맞췄다. 정 의원은 복수차장제 도입ㆍ납세자보호관 1급 승격 등을 통해 국세청 직원의 전문성을 제고해 부정부패를 막는 것이 골자다. 국세청장의 자격부터 내부 출신 1급 국세공무원으로 규정해 외부인의 진입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총 3명의 1급 자리가 더 생기기 때문에 국세청 일각에서는 정 의원의 안을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 의원의 국세청법은 내부개혁보다는 외부견제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세청 외부 출신이 청장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별도의 자격제한 조항을 두지 않았고, 차장도 현행 1인 체제를 유지한다. 국세청장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정관예우를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 국세공무원이 퇴직 전 5년간 소속한 부서와 관계있는 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5일 두 법안의 병행심사를 위한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회 통과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다. 국세청 공무원들에 대한 특정직화는 정부 부처 간 합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세청법은 '야당의 법'이라고 불리며 '보여주기식 입법'으로 발의됐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조 의원 측은 "정 의원과 함께 병행 심사를 통해 2월 임시국회 때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면서도 "국세청 정치적 중림성에 대한 여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위 소속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측도 "일단 공청회를 열고 심사부터 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기재위 소속 한 관계자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정부부처까지 합의해야 하는 복잡한 사안이라 이번에도 논의에만 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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