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신동빈호(號)의 롯데그룹에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류가 심상치 않다.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서 신동빈 회장으로 경영권이 넘어온 이후 탈세, 리베이트 등의 탈·불법 행위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애국심(세금)과 준법 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사정(司正)의 무풍지대로 불렸던 롯데가 신동빈 체제로 정비되면서 내부 경쟁이 강화되고 글로벌 시장 진출 등에 따른 실적 확대 주문이 이어져 조직 내 피로도가 높아진 데 따른 부작용 아니냐는 관측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롯데쇼핑이 해외 법인에 수익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700억원 규모의 세금을 탈루한 역외탈세 혐의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해 7월부터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에 대해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왔다.
이에 앞서 롯데카드가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물의를 빚고 있고 롯데홈쇼핑은 전 임원이 납품 관련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롯데그룹의 이 같은 상황은 불과 몇 해 전과 사뭇 다르다. 롯데그룹은 여타 대기업과 다르게 여전히 창업주(신격호)가 그룹의 총괄회장직을 맡고 있고, 신 총괄회장이 예부터 준법을 강조한 덕인지 그동안 이렇다 할 사정의 칼날을 받지 않았다.
2009년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에 대한 정기세무조사가 있었지만 롯데캐슬프라자와 관련된 120여억원의 추징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당시 재계는 돈 벌어서 세금 내는 것을 철칙으로 해온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스타일이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회사가 2세인 신동빈 체제로 정비되면서 '롯데스러움'이 사라졌다. 재계는 롯데그룹이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몸집을 키워오고 있으나 조직 내 시스템이 이를 뒤따라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점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상위권 기업 중에 별다른 잡음이 없었던 곳이 롯데그룹이었지만 최근 내부 비리와 시스템 불안정, 세무조사 등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리스크가 한꺼번에 터졌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3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를 열고,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정보보안 체계 재점검 촉구 및 정보보호 강화 대책을 논의했다.
롯데그룹 정보보호 위원회는 롯데 내 정보보호 관련 정책 및 정보보호 활동을 점검하고 대응을 관장하는 조직이다. 이번 정보보호 위원회에는 신 회장과 41개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정책본부 임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정보보호 위원장을 맡고 있는 채정병 롯데 정책본부 사장은 이 자리에서 '정보 보안 강화 및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