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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돈이 너희를 구하리라…'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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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본주의 풍자한 스콜세지 버전의 블랙코미디

[주말엔 영화]돈이 너희를 구하리라…'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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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이 펜을 나에게 팔아보세요." '조던 벨포트'가 직원을 고를 때나 청중들 앞에서 강의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멘트다. 조던 벨포트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마음만 먹으면 글자 한 자 쓸 일 없는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펜을 팔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제값의 열배나 부풀려서 말이다. 현란한 말솜씨와 탁월한 수완, 돈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을 갖춘 조던 벨포트는 한 마디로 시대의 사기꾼이자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이다.

조던 벨포트의 꿈은 백만장자다. 20대 젊은 나이에 월가에 입성한 그는 앞으로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상사 '마크 한나'를 만나게 된다. 마크 한나가 신참내기 증권맨 조던에게 가르쳐준 성공비결을 딱 두가지다. 첫째, 여유를 즐길 것(여기서 '여유'란 말은 곧 '여자'란 말과 동일하다). 둘째, 코카인 즉 마약을 할 것. 미쳐 날뛰는 주식시장과 이를 이용해서 한 몫을 잡으려는 사람들 틈에 껴서 어마어마한 숫자놀음에 동참하려면 제정신으로는 버틸 수 없는 게 이 곳 월가다.


이후 조던은 1987년 주가가 대폭락한 블랙먼데이 사태로 꿈의 직장을 잃는다. 하지만 그의 뛰어난 언변과 수완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것은 오히려 이때부터다. 롱아일랜드의 변두리 차고에서 '스트래튼 오크몬트'사를 설립한 조던은 별 볼일 없는 싸구려 증권을 뻥튀기로 팔아 치우며 회사를 키워나간다. 오합지졸로 모인 그의 동료들에게도 자신의 비법을 전수하고, 환경미화원·청소부·가게 점원 등의 주머니를 털던 조던은 이제 상위 1% 부자들을 공략하기에 이른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그의 회사는 마침내 떠오르는 증권사로 월가를 들썩이게 한다.

[주말엔 영화]돈이 너희를 구하리라…'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여기까지만 보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또 한 편의 성공신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온갖 불법과 탐욕이 난무하다. 조던은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온갖 증권사기와 돈세탁을 밥 먹듯 일삼는다. 그의 장래희망대로 '부자'가 됐지만 그의 질주는 멈출 줄 모른다. 아르마니 수트로 무장한 채 넘쳐나는 돈을 술과 마약, 여자에 쏟아붇는 조던은 "모든 문제는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고 굳게 믿는다. 스위스 은행을 통한 돈세탁 문제로 FBI의 표적이 된 후에도 그는 자신만만하다. "돈이면 다 된다"고. 과연 그럴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이 한편의 '자본주의 영웅담'을 요란하면서도 유쾌한 블랙코미디로 만들었다. 조던 벨포트는 실존 인물로, 개인 헬리콥터와 초호화 요트, 7억원 상당의 코카인과 모르핀 투약 등 화려하고도 방탕한 생활을 하다 결국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영화는 그가 쓴 자서전 '월가의 늑대'를 바탕으로 한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드레날린 넘치는 월가를 광기와 탐욕의 중심가로, 조던이 대표로 있는 스트래트 오크몬트사를 신흥종교의 메카로 그려낸다. 여기서의 종교는 곧 자본이다. 170분이 넘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면 이는 분명 스콜세지 특유의 리듬감 덕분이다.


[주말엔 영화]돈이 너희를 구하리라…'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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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엇나간 욕망의 조던 벨포트를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만들어낸 건 순전히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힘이다. 흡사 조던 벨포트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순정'이 빠진 '개츠비'를 연상케한다. 사람을 매혹시키는 언변과 눈빛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프랭크'를 능가한다. 마약에 취해 뇌성마비 단계에서 페라리 자동차를 모는 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길버트 그레이프'의 '어니 그레이프'가 생각나 더 상황을 웃기게 만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야말로 가장 인상깊고 매력적이다. (촬영을 시작하면서 스콜세지 감독과 디카프리오는 관객들이 캐릭터를 좋아하도록 일부러 만들지는 말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전세계적으로 월가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지만 여전히 월가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양가적이다. 동경하거나 혹은 비난하거나. 영화에서는 조던 벨포트를 쫓는 FBI요원 패트릭 데넘이 지하철을 타고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는 장면이 나온다. 허름한 차림의 무표정한 사람들은 마치 먼 나라의 일인양 조던의 기사를 신문에서 읽는다. 이때 패트릭 데넘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부러움일까, 혹은 씁쓸함일까.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난 후에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의 끝맛은 못내 쓰다. 9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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