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면허 27일 저녁 전격 발급
철도경쟁체제 도입…노조 격한 반발
강대강 대치에 내년까지 파업 이어질 가능성 커져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정부가 27일 철도노조 파업의 단초를 제공한 수서발 KTX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전격 발급하면서 노사대립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오후에 법인 설립을 위한 등기를 법원에 신청한 뒤 같은 날 저녁에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즉시 행동에 옮기면서 철도경쟁 체제도입을 선언했다. 반면 면허 발급을 취소하면 파업을 철회하겠다는 노조의 제안은 하루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철도노조가 28일 민주노총과 대규모 상경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노사간 강대강 대립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27일 저녁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수서발 KTX 운영 면허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1899년 경인선 개통 이후 114년간 독점해온 철도 운송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서 장관은 "국민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코레일의 만성 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가던 국민 혈세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철도노조가 파업 중단의 전제조건으로 면허발급 중단을 요구한지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발급한 것이다.
이는 파업을 야기한 수서발 KTX 경쟁체제 도입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사회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철도노조 일부 지도부가 공권력 행사가 제한적인 노동ㆍ종교ㆍ정치권을 보호막으로 삼은 만큼 장기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반면 노조는 기습적인 면허발급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이 전일 12시까지 업무복귀하지 않을 경우 중징계를 내리겠다고 선포한 가운데 투쟁동력의 핵심인 수서발 KTX 면허가 발급되면서 협상의 여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량해고 사태에 이어 코레일이 77억원의 손배소 제기와 116억 원대에 달하는 노조의 예금, 채권, 부동산 등을 가압류 신청까지 들어가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내밀며 거센 반발을 예고하고 있어 철도파업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국민 불편과 함께 화물운송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코레일은 대체 인력 부족으로 30일부터 추가 감축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파업이 4주차에 접어드는 30일부터 화물열차 운행률을 20% 수준(하루 55편)으로 더 낮출 예정이고, 내년 1월 6일 이후에는 필수유지 대상이 아닌 화물열차는 운행을 전면 중단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 승차권 예매는 물론 열차 증편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내년 1월 7~10일을 설 연휴 철도 승차권 예매일로 잠정 결정했지만 파업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코레일은 대체 인력으로 철도 기관사ㆍ승무원 660명에 대한 채용 계획을 공고했지만 이들이 현장에 투입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