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 출구 찾고, 中·유로존은 '호구'될 판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부였다. 축소는 확실한데 언제, 얼마나 축소할지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보다 일찍 출구전략을 시행하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출구전략의 파장에 쏠리고 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내년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더딘 경기개선과 중국의 경기둔화는 세계 경제에 하방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장밋빛 전망= 올해 미 경제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 예상과 달리 높은 성장률을 내놓지는 못했다. FRB는 내년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고 3.2%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내년 미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6%보다 올려 잡을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낙관론의 근거는 불확실성 축소와 가계소비 및 기업투자 등 지표의 빠른 개선이다. 현재 7% 수준인 실업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만큼 향후 경기회복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
◆유로존, 회색빛 전망= 유로존은 내년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듯하다. 그러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1%에서 최근 1.1%로 올렸다. 그러나 유로존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은 여전히 많다. 현재 12.1%인 실업률이 내년에도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0.9%로 ECB의 목표치를 한참 밑돈다.
내년 유로존 경제성장의 관건은 독일 등 선진국들의 소비 및 투자 심리 회복 여부다. 아일랜드 등 재정위기 국가들의 사정은 일부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로존 2·3위 경제국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꺾일 줄 모르는 유로화 강세도 유로존 수출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기대와 우려 교차= 올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권한이 확대된 데 이어 내년은 진정한 '시 주석의 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금리 자유화와 국유기업 개혁 등 시 주석의 경제개혁 속도가 더 빨라질 듯하다.
그러나 경제체질 개선에 따른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둔화는 개혁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성장둔화로 이어질 '강력한 개혁'보다 어느 정도 성장효과만 볼 수 있는 '쉬운 개혁'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중국 정부는 성장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듯하다. 그러나 중국의 두 자릿수 고성장 시대가 다시 올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성장둔화는 분명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신흥국, 성장과 개혁 사이= 올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곳이 신흥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도 이머징 국가들이 올해 여름처럼 큰 충격을 받진 않을 것으로 본다. 특히 내년 미국과 유럽의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신흥시장도 글로벌 경기회복의 수혜를 입을 듯하다.
그렇다고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FRB가 2차·3차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해외 자금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크다는 게 최대 걸림돌이다.
정치불안도 신흥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터키는 내년에 대선·총선 같은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를 앞둔 이들 국가가 강력한 경제개혁에 돌입하기란 어렵다. 태국과 우크라이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본, 최대 암초 극복할까= 내년 일본 경제의 최대 이슈는 소비세 인상이다. 올해 일본은 2% 후반의 GDP 성장률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 정부의 효율적인 재정·통화 정책 덕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본 결과 소비세 인상 탓에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기준 4% 정도 떨어질 듯하다. 이에 그 동안 승승장구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내년은 '고난의 해'가 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 세계 최고의 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세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소비세 인상은 2015년에 한 차례 더 예고돼 있다. 아베 총리가 이런 난관만 잘 극복한다면 차기 자민당 총재 선출이 예정된 2015년 9월까지 임기를 무난히 마칠 수 있을 것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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