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군부의 지원을 받는 이집트 과도정부가 25일(현지시간)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선포했다. 이로써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간 충돌 수위가 급격히 높아질 우려가 나오고 있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삼 에이사 부총리 겸 고등교육장관은 25일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무슬림형제단과 관련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에이사 부총리는 이번 결정은 무슬림형제단의 활동을 불법화하고 형제단 소속이나 자금 지원, 혹은 그 활동을 증진하는 사람은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지난 7월 군부에 의해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으로, 그동안 이집트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단체다.
에이사는 무슬림형제단 테러조직 선포는 전날 나일 델타 다카리야주 주도 만수라에 있는 경찰본부 청사를 노린 폭탄공격으로 16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다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하젬 엘베블라위 이집트 총리가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이라고 비난했다.
에이사는 “이집트 전역이 무슬림형제단이 저지른 끔찍한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이집트나 이집트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흐메드 엘보라이 이집트 사회연대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테러조직 선포가 시위를 포함해 무슬림형제단의 모든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보라이 장관은 앞으로 이집트 군경이 학생 보호 차원에서 대학에 진입해 시위를 막을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카이로의 아랍정치전략연구소의 지아드 아칼 선임 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정부 당국에 무슬림형제단 단속을 위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면서 “아울러 정부가 개헌투표에 앞서 형제단을 고립시키도록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무슬림형제단 정치기구인 자유정의당의 이브라힘 엘사예드는 “우리는 정부의 계속되는 억압 속에서도 존재해 왔다”면서 “이번 조치가 우리의 행동과 신념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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