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내정자는 24일 "은행원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직장에 가고 싶은 은행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전일 오후 6시께 정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권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조차도 만난 적이 없다"며 "첫 여성 은행장이라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기업은행 52년 역사상은 물론 국내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통틀어 첫 번째 여성 행장이다. 1978년 기업은행에 입사한 이래 '최초 여성 1급 승진', '첫 여성 지역본부장', '첫 여성 부행장' 등 늘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권 내정자는 "은행의 경쟁력은 조직 문화에서 나온다"며 "기업은행에 여성의 강점인 '소통' 문화를 정착시켜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1만3000여명의 은행원을 책임져야 하는 권 내정자는 "소통을 많이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기고 조직 간에 불필요한 갈등도 해소될 것"이라며 "소통을 좀 더 활성화해서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앞으로는 소통 지수(CQ)가 중요한 시대"라며 "조직 문제의 80%는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덧붙였다.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 스타일인 권 내정자는 이와 함께 "내실 경영을 한 은행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전했다. 금융권의 저(低)수익 시대에서는 공격적인 영업으로 자산을 부풀리기보다는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권 내정자는 "기업은행이 국내 전체 은행 중 몇 등이라는 지표도 도외시할 수 없는 중요한 지표이지만 '화려하게 잘 했다'는 평가보다는 '은행이 더 건전해졌고 더 튼튼해졌다'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권 내정자는 은행 생활 35년 중 25년을 영업 현장에서 일했다. 그의 이런 경험이 기업은행의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게 금융권의 평가다. 권 내정자는 "조준희 행장 시절부터 기업은행은 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를 성공적으로 해 왔다"며 "조 행장의 업무를 잘 인수인계받아 창조금융에 적합한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는 소신을 드러냈다. 권 내정자는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인건비 등 예산 통제를 받게 되고 직원 채용에 있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며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같은 공기업이라도 직원을 좀 더 많이 뽑을 수 있도록 '어떤 공기업으로 지정될 것인가'에 대해 정부와 협의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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