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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근혜노믹스의 숙명과 201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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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칼럼]근혜노믹스의 숙명과 2014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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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박근혜 후보의 승리는 화려했다. 최초의 여성대통령, 과반득표 대통령, 부녀 대통령. 단순한 보수세력의 승리가 아니었다. 선거전략부터 그랬다. 야당의 진지에서 휘날려야 마땅한 진보 빛깔 깃발을 먼저 들어 올린 것은 놀랍게도 박근혜였다. 경제민주화와 대담한 복지가 그것이다.


당선자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 바뀐 지 이제 열 달, 2013년도 종착역에 이르렀다. 돌아보면 영광보다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화려한 당선의 추억은 벌써 가물가물하다. 진보적 깃발은 승리를 안겨준 빛나는 전략이었으나 집권 후에는 그를 겨누는 예리한 창이 되었다. 박근혜 정권의 태생적 숙명이자 업보가 되었다. 올 한해를 관통한 동물적 정쟁, 깊어진 사회적 갈등의 근원지이기도 하니까. 경제, 근혜노믹스도 그렇다. 경제민주화와 기초연금 파동은 살아있는 증거다.

경제민주화의 표적은 대기업과 가진 자다. 그들이 악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힘과 권력이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저성장ㆍ불황ㆍ부채로 상징되는 병약한 경제는 '바보야, 문제는 나야'라고 말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힘 있는 세력, 대기업의 기를 살려야 한다. 바로 경제민주화의 표적이다. 경제 살리기와 경제민주화의 운명적 충돌이다.


기초연금에서 겪은 근혜노믹스의 혼돈은 보다 본질적이다. 보편적 기초연금의 약속은 가뜩이나 보수적인 노인층을 유혹하는 데 주효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집권하자 금세 눈치 챘다. 전면적 시행은 나라 곳간을 거덜 낼지 모른다는 사실을. 급기야 절대적 지지층인 '여유 있는 노인들'을 희생양 삼기에 이른다.

야당과 진보진영의 거센 반발은 일견 기이했다. 약자와 서민을 대변한다더니 돌연 '상위 30%'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그들의 진정한 타깃은 상위 노인층이 아니었다. 승자의 최대 아킬레스건, '공약의 파기'였다. 집권자의 달콤한 언약은 현실의 벽에 무너지고, 패자는 그런 승자의 약점을 흔들며 절치부심하는 것은 익숙한 정치의 풍경이다.


옆 나라에서 '아베노믹스'가 좌충우돌하고, '리커노믹스'가 혁신을 외칠 때 '근혜노믹스'는 숨을 죽였다. 정책은 제동이 걸리고 '창조경제'의 구호는 뜬구름처럼 높고도 유연하여 누구도 손에 잡아볼 수가 없었다.


집권 2년차 갑오년 근혜노믹스는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그 궁금증을 풀어 줄 단서는 뜻밖에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2014 세계경제대전망'에 들어 있었다. 아시아편은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박근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시작됐다. 이코노미스트 전문가들이 1년에 한 번 이름을 걸고 쓴다는 경제전망에 박 대통령이 직접 펜을 든 것이다.


박 대통령은 G20 공동선언문에 담긴 '포용적 성장'으로 말문을 열었다. 성장과 일자리, 원칙이 바로 선 시장, 창조경제, 고용률 70%를 거쳐 행복한 지구촌 공동체로 마무리했다. 2014년 정책 우선 순위에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올렸다. 기존의 경제운용 기조를 강조한 일관된 정책의지의 표현이다. 그런 낯익은 단어 속에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경기회복을 위한 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의 계속 유지가 중요하다.' 성장우선 정책, 이를 위한 통화와 재정의 공급확대를 떠올리게 하는 '2014판 근혜노믹스'라 할까. 하지만 쉬운 일일까. 재정만 해도 그렇다. 국회의 협조 없이 가능한가.


길은 있다. 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진보의 어젠다를 선점했듯, 경제권력의 숨통을 쥔 국회를 선공한다면, 새해 근혜노믹스는 태생적 숙명을 극복하고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국내외 경기도 고개를 드는 기미다. 선공의 병기는 오직 하나, 소통이다.






박명훈 주필 pm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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