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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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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변산반도로 떠나는 갈무리여행-30번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맛과 멋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이맘때 전북 부안으로의 여행은 고즈넉하고 차분하다. 장엄한 동해의 일출과는 사뭇 다른 수줍은 새색시 같은 계화도 일출(사진)을 만나고 순식간에 바닷속으로 잠기는 솔섬의 일몰은 황홀하다. 절간 같은 절집 개암사에선 한 해를 뒤돌아보고 새 희망을 품기에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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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세밑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간의 야속함과 마음 한구석을 파고드는 쓸쓸함이 한가득이다. 옷깃에 스며들어 목덜미를 휘감는 차가운 공기의 섬뜩함은 여지없이 찾아온 이런저런 상념과 조급증에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이럴 때 한 해의 마무리를 핑계 삼아 길을 나서보자. 고즈넉한 절간에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봐도 좋고, 지고 뜨는 해를 보며 희망을 품고 아쉬움을 달래도 된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는 그래서 세밑 여정으로 제격이다. 산, 들, 바다가 어우러진 부안은 예로부터 어염시초(魚鹽柴草)가 풍부해서 시인묵객과 선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땅이다. 조선조 암행어사 박문수도 변산의 풍요로운 자연자원을 빗대어 생거부안(生居扶安)이란 말을 남겼다. 그뿐인가. 차진 갯벌에서 나는 백합과 짭조름한 곰소젓갈, 수만권의 책을 쌓아놓은 듯한 채석강은 또 어떤가. 바다를 따라 마을과 마을을 잇는 마실길도 운치가 그만이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개암사

 ◆정말 '절간 같은 절집' 개암사와 백제 한 서린 울금바위
세밑, 마음을 다독이는 길에 절집으로의 안내는 생뚱맞지만 고요함이 깊은 정말 '절간 같은' 절이라면 달라진다. 바로 개암사(開巖寺)다. 곰삭아 잘 늙은 절집이다. 사람들로 시끌시끌한 변산 내소사와는 정반대의, 고즈넉한 그런 곳이다.


오솔길을 따라 능가산 개암사라 쓰인 큼직한 현액이 걸린 일주문을 지난다. 오솔길이 끝나면 곧 대웅전에 이르는 돌계단이다. 계단을 오르기 전 고개를 들면 계단 끝으로 산정에 우뚝 솟아 있는 울금바위가 먼저 눈에 든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시야를 높이면 개암사 대웅전의 팔작지붕 처마선이, 이어 다포기둥을 버티고 선 들보가 차례로 보인다.

절 마당에 선다. '아~' 하는 짧은 탄식과 감탄이 먼저 입 밖으로 나온다. 장쾌하다. 아니 통쾌하다. 그냥 가슴속을 꽉 막고 있던 뭔가가 '뻐~엉' 하고 뚫리는 그런 풍경이다.


대웅전을 올려다봤다. 참 기가 막힌 곳에 들어앉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대웅전 지붕 위로 우뚝 솟은 울금바위는 개암사를 위해 솟은 듯하다. 울금바위와 대웅전의 조화가 이뤄낸 그 아늑함, 그 넉넉함이 정말 장쾌하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개암사 뒤 울금바위

개암사는 변한의 왕궁 터였다. 창건된 것이 백제 우왕 때인 634년. 대웅전을 마지막으로 다시 고쳐 지은 것은 그로부터 1000년쯤 뒤 조선 인조 때인 1636년이다. 그러니까 대웅전(보물 292호)이 한자리를 지킨 지도 400년의 세월이 훌쩍이다.


대웅전 안에 들어가 천장을 올려다 보면 정교하게 조각된 용들이 몸부림치고, 연꽃 위에선 봉황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대들보와 뜬창방에 걸처 있는 용머리상, 닫집에 꿈틀대는 용조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나한전 옆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울금바위에 오른다. 700m 남짓한 거리는 여유롭게 30여분 걸린다.


울금바위는 백제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있는 곳. 신라와 당나라에 의해 660년 백제가 멸망하고 난 뒤, 왕족 복신과 승려 도침, 왕자 부여풍은 백제 유민을 이끌고 백제부흥운동을 펼쳤다. 그 마지막 근거지가 개암사를 품고 있는 주류성(우금산성)이다. 4년에 걸친 백제부흥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역사에서 백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20분쯤 올라 무성한 조릿대 숲을 지나면 산정에 우뚝 솟은 울금바위에 닿는다. 울금바위 아래 큰 굴이 눈길을 붙잡는다. 자연 동굴은 아니고 오목하게 들어간 바위 아래를 쪼아내 만들었다. 복신이 머물렀다고 해서 복신굴로 불리는 곳이다. 또 바위 중턱에는 신라 고승 원효가 암자를 지었다고 해서 이름 붙은 원효굴도 있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계화도 풍경

◆30번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일출, 일몰 그리고 맛
변산반도 30번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여정도 좋다. 그 길에선 갯벌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힘찬 일출을 품거나 바닷속으로 풍덩 잠기는 해넘이를 만난다. 그뿐만 아니라 채석강, 격포, 솔섬, 내소사 그리고 곰소만의 진득한 젓갈내음과 동행한다.


해안도로는 부안읍에서 계화도 방면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이 길은 운전하는 내내 오른편으로 서해바다와 갯벌이 함께한다.


먼저 계화도에는 부안의 명물이 있다. 백합(白蛤)이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계화도는 섬이었기 때문에 갯벌이 좋아 일대에는 조개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새만금 방조제를 막은 이후 갯벌 생태계가 나빠지면서 백합이 예전처럼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대표적인 백합요리 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백합구이, 백합죽,백합탕,백합찜


백합은 구이, 찜, 탕, 죽 등으로 먹는다. 은박지로 백합을 잘 싸서 구워내는 백합구이는 여느 조개구이 식당에서 맛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백합을 감싼 은박지를 떼어내면 '툭'하며 입을 벌린 백합에서 따스한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른다. 초고추장에 찍어 입 안에 쏙 넣으면 쫄깃하게 속살이 씹히면서 백합의 은은한 향기가 후각을 한껏 자극한다.


콩나물과 미나리, 양파, 버섯 등을 넣은 백합찜은 얼큰하면서도 맛이 좋다. 백합탕은 별도의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백합을 넣고 끓이기만 해도 시원한 국물맛이 그만이다.


백합죽은 30여년 전 계화회관 이화자씨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란 죽 위에 깨와 잘게 부순 김 가루가 얹혀 나온다.


계화도는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일출은 동해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동해의 해는 수평선 위로 바로 솟아오르는 것을 최고로 치지만 서해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계화도처럼 바다와 육지, 소나무가 어우러진 곳에서 하늘에 구름이라도 살짝 드리우면 운치가 그만이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계화도 일출


계화도 일출은 바다를 막은 뚝방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소나무 사이로 떠오른다. 해는 새색시의 볼에 찍은 연지, 곤지처럼 붉고 수줍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연말연시가 아닌 평상시에도 계화도는 몰려든 사진가들로 붐빈다.


서해의 노을도 빼놓을 수 없다. 30번 도로를 따라 적벽강, 격포항, 채석강 등 이름난 관광지가 전부 일몰 명소다.


수천겹의 바위가 층층이 쌓이기 시작해 형성된 절벽 채석강은 언제 봐도 신기하지만 떨어지는 해가 내뿜는 붉은 기운을 잔뜩 머금었을 때는 더욱 오묘하다. 채석강이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도청리 솔섬에서 보는 일몰은 소박함이 맛이다. 격포항과 모항 사이 학생해양수련관 안으로 들어가면 솔섬이 바로 보인다. 썰물 때는 육지와 연결돼 걸어서 70m만 가면 솔섬에 들어갈 수도 있다.


솔섬을 나서면 곰삭은 젓갈 냄새가 짭조름한 곰소항과 진서리의 곰소염전이 만들어내는 겨울풍경이 기다린다. 곰소삼거리만 가도 바닷바람에 젓갈 냄새가 난다고 할 정도 곰소젓갈은 유명하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솔섬의 해넘이


곰소에서 줄포항 방면으로 가면 진서면과 변산면을 잇는 아홉구비재(쌍개재)가 나온다. 고갯마루에 서면 저 멀리 곰소항을 비롯해 작당마을, 바다 건너 고창 선운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계화도와 달리 바다와 갯벌을 품고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부안=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여행메모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부안나들목으로 나가 부안읍내를 거쳐 23번 국도를 타고 상서면사무소를 지나 봉은삼거리에서 개암사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 하면 된다. 계화도는 부안읍내에서 새만금방면 30번 해안도로를 타면 된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IC를 나와 새만금방조제를 건너면 바로 부안 30번 해안도로와 만난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먹거리=계화회관(063-581-0333)은 백합탕, 구이, 찜 등 백합요리 전문점이다. 격포항 일대는 횟집들이 많다. 추천할 만한 곳은 백합정식을 내놓는 군산식당(063-583-3234)이 맛집으로 알려져있다. 또 바지락무침과 바지락죽은 원조바지락죽온천산장(063-584-4874~5)이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개암사 초입에 있는 산채정식(사진. 063-583-8431)은 오디돌솥밥에 각종 산나물을 정성스럽게 내놓다.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을 종료하기 사전예약하는 게 좋다.


△잠잘곳=부안에서 최고의 숙소는 단연 대명리조트 변산이다. 빼어난 전망이며 수준급의 시설, 관광지와 연계되는 편리함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리조트 내에는 뜨끈하게 물놀이 겸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아쿠아월드도 갖추고 있다.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채석강 해식동굴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곰소염전

세밑, 내마음이 물들다 내 마음을 휘젓다 갯벌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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