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국제비교 및 시사점 연구 보고서' 대법원, 국회, 정부에 전달…노사자율, 법령 규정 강조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주요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통상임금 범위 규정 방식이 산업현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사자율, 명확한 법령 규정이라는 글로벌 기준과 상반된 우리나라만의 통상임금 대응 방식이 분쟁 소지를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최종판결을 앞두고 대법원·국회·정부에 전달한 '통상임금 국제비교 및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통상임금이 문제시 된 근본원인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자율에 맡기지도 않고,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할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할증임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했지만 정작 통상임금에 무엇이 포함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며 "이에 노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행정지침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결정해 왔지만 지난해 대법원이 그동안 행정지침에서 제외해온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사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주요 선진국이 통상임금 관련분쟁이 거의 없는 것은 노사 당사자에게 통상임금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겨놓거나, 법령에서 통상임금 제외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과 영국은 당사자가 통상임금을 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가 단체협상 등을 통해 연장근로 등에 대한 보상방식과 보상액 산정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법령에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할증임금 산정기준이나 할증률에 대한 규정이 없다.
미국과 일본은 통상임금 포함범위를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해 통상임금 분쟁을 예방하고 있다. 미국은 법정근로를 초과한 근로에 대해 50% 가산된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지급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는 재량상여금, 특별선물 등을 제외한 모든 고용관계의 대가가 포함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통상임금을 강행기준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할증률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의 구체적 산정기준을 함께 규정했어야 한다"며 "외국의 입법례에 비춰볼 때 현재 통상임금 산정기준은 강행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행 법령의 해석상 법원이 획일적으로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정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포함여부에 대해 법원이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미다.
보고서에는 또 입법적 보완을 위한 법 개정 방향도 제시됐다. 통상임금의 기준은 1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규정해야 한다는게 핵심 내용이다. 1개월을 넘어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장기근속 유도나 보상·복리후생적 성격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교수는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되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임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이므로 노사자치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지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조만간 내려질 통상임금 최종판결을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고 있다"며 "주요국의 경우 통상임금을 노사자율에 일임하거나 법령에서 기준을 명확히 정해 문제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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