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지난 2009년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학점수를 높이고 정규직으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4년이 흐른 2013년, 취업시장은 달라졌다. 스펙 보다는 스토리를 우선시하고 인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지난 4년간 달라진 취업시장의 분위기를 취업포털 사람인과 함께 짚어봤다.
◆탈(脫) 스펙…스펙보다 스토리= 2000년대 초부터 학력, 토익 등 스펙 조건을 완화하는 '열린 채용'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구직자들은 스펙에 대한 미련을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취업 시장은 이미 상당히 변했다. 일부 대기업들은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서류전형을 폐지한 채용을 진행한다고 한다. 사람인이 기업을 대상으로 '스펙의 평가 비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스펙의 평가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38%)라는 답변이 '높아지는 추세'(15%)라는 비율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인턴, 선택 아닌 필수= 인턴제 시행 초기에는 단순 일자리 늘리기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채용 시장에서 인턴이 차지하는 중요도와 비중은 커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09년 대기업의 인턴 채용 비중은 30.4%, 중소기업은 12.9%였다. 3년이 지난 2012년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턴 채용 비중이 각각 46.1%, 52.9%까지 높아졌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3명이 자사 인턴 출신이었다.
◆UCC, SNS 등 발 빠른 대응= 2008년 말 한 코믹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리포터 지망생이 한우의 성실함을 표현하기 위해 망가지는 모습을 담은 UCC(사용자제작콘텐츠) 이력서였다. 이 시기를 전후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담은 동영상 이력서를 제출하는 구직자도, 우대하는 기업도 많아졌다. 당시 SK커뮤니케이션즈는 인턴을 채용할 때 동영상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었다.
올해는 단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취업 시장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30대 그룹 절반은 SNS를 운영하고 있으며 'SNS 채용'도 본격화됐다. 올 하반기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대졸 신입 공채 때 서류, 필기전형 없이 SNS로 진행했다. 이 밖에 한국남동발전, SK텔레콤 등이 SNS로 스펙 초월 소셜리크루팅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면접 강화…이색 채용 설명회 등 대거 등장= 해를 거듭할수록 면접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면접 종류도 다양해졌다. 사람인이 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평가 비중'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면접이 서류에 비해 2배 정도 중요했다. 삼성그룹은 올해부터 면접 때 지원자들의 순발력과 지식을 평가하고자 집단토론면접을 폐지했다.
새로운 방식의 채용설명회도 대거 등장했다. 단순히 찾아가는 설명회나 대규모 박람회에서 그치지 않는다. 콘서트, 캠프 등의 방식을 도입하고 서류 면제 혜택 등을 주는 등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올해 잡페어를 통해 '5분 자기 PR프로그램'을 진행, 우수자에게 서류 면제 혜택을 줬다. 기아차는 'K-토크'를 도입하고 공개 모의면접, 릴레이 강연, 드라이빙 상담 등을 했다. LG전자는 사전 신청을 받고 취업 준비생을 선발한 뒤 1박2일간 잡캠프를 열기도 했다.
임민욱 사람인 팀장은 "취업 트렌드를 잘 알고 있으면 취업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중요한 변화에는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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