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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루머, 침묵보다 적극해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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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20일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이 삼성그룹 기자실을 찾았다. 수요 사장단 회의 브리핑을 간략하게 소개한 이 사장이 한참을 주저하다 입을 뗐다. 오해라도 살까 조심스러운 말투다.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자들의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보수가 공개되는 것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라 연봉 공개를 피해간다는 지적이 있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회장께서는 지난 2010년 경영에 복귀한 뒤 지금까지 연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통해 거액의 배당금을 매년 받고 있지만 보수는 받지 않고 있다. 4년째 연봉이 0원인데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고액 연봉자들의 부정적인 사례를 언급할때마다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도마위에 오른 삼성그룹의 노조 정책도 비슷한 처지다. 삼성그룹의 무노조 정책이 이슈가 되자 고 이병철 삼성 선대 회장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된다"는 유언을 남겼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국회에서도 이 말이 회자됐다. 이건희 회장이 아버지의 유언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사실 이 말은 이병철 회장이 아닌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한 말이다. 비단 정 명예회장 뿐만 아니라 당시 기업가들이 노조에 대해 갖는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당시만 해도 노조는 공산당이 우리나라 기업 기반을 흔들어 놓기 위한 조직이며 위장취업한 간첩들이 활동하는 무대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조금 더 시간을 뒤로 돌려보자. 신라호텔의 최고급 한식당 라연이 미취학 아동 좌석을 제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삼성가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신라호텔의 경영을 맡고 있다는 점을 두고 삼성가의 오만함이라는 비난도 이어졌다. 사실은 조금 달랐다. 정확히는 홀 좌석이 제한이 됐고 룸에서는 이용을 허용한 것이다. 결국 신라호텔은 미취학 아동들이 모든 자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이처럼 항상 재계에서 나쁜 예로 삼성과 이병철, 이건희, 그의 자녀들이 언급되는 일이 삼성으로서는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불편하다고 몇마디 했다가는 오히려 더 강한 공격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 그래서 침묵이 일상화 돼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사실이 아닌 점에 대해선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의 SNS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때는 즉각 사과에 나서기도 한다. 얼마전 PC 유상수리 과정에서 중고 부품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때는 해당 사실을 즉각 인정하고 수리를 받은 모든 소비자들에게 수리 비용 전액을 돌려주기도 했다.


우리 기업가들은 모두 과거 고도 성장기의 원죄를 지고 있다. 지난 1995년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 선 기업인이 무려 35명에 달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정주영 회장, 김우중 전 대우 회장 등 내로라 하는 기업인들은 모두 법정에 서야 했다. 정권은 기업가들에게 돈을 내라고 강요했고 기업들은 침묵한채 돈을 주던 시기였다.


이제 침묵의 시기는 끝났다. 삼성그룹의 변화처럼 기업들은 침묵 대신 좋은 일은 적극적으로 알리고 나쁜 일은 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제 침묵이 겸손으로 추앙받던 시대는 저물었다. 침묵은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할 뿐이다. 존경받는 재계, 존경 받는 기업의 지혜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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