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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DNA 그룹으로 확산'…이건희 회장 특명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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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치고 섞고 심기 '동생살리기 대작전'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다. 수년간 '위기'라고 말했던 실체가 마침내 현실화되고 있다. 지금의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20여년 전 신경영을 주창하며 그렸던 모습에 2% 부족하다.


초일류 기업이 된 회사는 삼성전자에 불과하다. 금융계열사는 아직도 국내 시장에 머무르고 있으며 중공업, 화학, 소재, 건설 등 비전자계열사는 이 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말기 암'에 가깝다. 이 회장과 삼성그룹 수뇌부가 전 계열사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메스를 대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M&A와 혈맹 통해 경쟁력 강화=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사업의 핵심은 '신소재'다. 반도체는 현재의 기술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실리콘의 뒤를 이어 그래핀을 유력 신소재로 연구개발이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액정표시장치(LCD)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제일모직이 OLED 관련 소재 기업인 독일의 노발레드를 인수한 까닭도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서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23억달러를 미국 코닝의 전환우선주에 투자했다. 7년 뒤 전환되면 보통주 7.4%로 바뀌어 삼성전자가 미국 코닝의 최대주주가 된다. 특수유리를 만드는 코닝은 삼성전자가 세계 LCD 시장에서 1등을 하는 협력 공신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본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미국 이동통신사 스프린트를 시작으로 휴대폰 유통 업체 브라이트스타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스프린트에는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브라이트스타에는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다. 모두 주요 거래처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현재 사업의 영속성을 위한 글로벌 혈맹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베스트바이 등에 대한 지분 인수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거나 향후 사업을 위한 혈맹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낼 것"이라며 "진의 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듯 경쟁사가 쫓아올 수 없을 정도의 기술장벽을 쌓아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비전자계열사, ERP 일류화 작업에 속도= 이 회장의 고민인 비전자계열사의 경우 삼성전자의 DNA를 이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전사적 자원관리(ERP) 일류화 프로젝트'를 통해 1단계 사업 대상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제일모직, 제일기획 5개사가 삼성전자와 같은 경영 시스템을 도입 완료했다. 프로세스혁신(PI) 작업과 공급망관리(SCM), 공급관계관리(SRM) 등 생산, 구매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제조업이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경영시스템을 수정해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동일한 글로벌 수준의 ERP를 적용하되 금융 계열사에 적합한 PI와 SCM 시스템 적용을 위해 모듈별로 삼성SDS를 비롯한 외부 ERP 개발사까지 총동원되고 있다.


'ERP 일류화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한 외주 개발사 사장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삼성전자의 경영 시스템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회사에 먼저 적용했고 지금은 금융 계열사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초 정도면 대부분의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출신 핵심 경영진, 비전자계열사로= 삼성전자의 경영시스템을 도입한 회사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경영진이나 혁신 전문가들이 파견돼 일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과 최치훈 삼성카드 사장이다.


박 부회장은 중국삼성 재직시절 휴대폰과 LED TV를 시장 1위로 올려놓았고 최 사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삼성전자를 거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제일모직의 경우 소재 부문을 맡고 있는 박종우 사장과 패션 부문을 맡고 있는 윤주화 사장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다.


경영진 외, 경영선진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에도 삼성전자 출신의 혁신 전문가들이 동원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정진동 삼성전자 전무를 비롯한 10여명의 혁신 전문가들을 삼성엔지니어링의 TF에 발령 냈다. 정 전무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영혁신전문가다. 최근까지 중남미 총괄법인에서 경영혁신팀장을 맡아왔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8월 환경안전사고 책임을 지고 박기석 사장이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분기 영업손실 7467억원을 기록해 누적 손실이 1조원에 달하는 등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위기가 본격화되자 삼성전자 출신의 경영혁신 전담팀이 삼성엔지니어링에 급파된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성공 DNA를 여타 계열사로 옮기기 위한 다양한 작업 중 하나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며 "현재 그룹 전체에 걸친 일련의 변화는 모두 전 계열사의 초일류 기업화를 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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