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후진국의 에너지ㆍ광산ㆍ토지 매입에 집중했던 중국의 투자성향이 민영기업 중심의 선진국 부동산ㆍ인프라에 대한 투자로 바뀌고 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주요 글로벌 투자 대상국에서 투자 주도국으로 탈바꿈하는 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이런 변화를 '제2의 물결'이라고 최근 소개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총액은 878억달러(약 93조3000억원)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이 세계 3대 투자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선진국에 대한 중국의 ODI 비중은 2002년 겨우 10%였으나 지난해 66%로 급증했다.
올해 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전한 해외 투자 승전보는 ODI가 올해 또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선진국에 대한 투자 비중은 더 늘게 되리라 확신하게 만든다. 이코노미스트 자회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오는 2017년 중국의 ODI가 1720억달러를 넘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기업들의 ODI는 과거 후진국 원자재에 집중됐던 틀에서 벗어나 선진국 부동산 시장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기업들이 최근 미국 뉴욕 부동산 사냥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과 관련해 1980년대 후반 버블경제 당시 미국의 상징인 록펠러센터 인수를 떠올리게 만든다고 전했다.
중국 민영기업 푸싱(復星)그룹은 지난달 뉴욕 맨해튼 금융가의 랜드마크 가운데 하나인 '원체이스 맨해튼 플라자' 빌딩을 합리적 가격인 7억2500만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국유 부동산 개발 업체 그린랜드그룹(綠地集團)은 뉴욕 브루클린 일대에서 추진 중인 '뉴욕 애틀랜틱 야드 프로젝트' 투자의 70% 지분을 확보했다. 올해 초에는 부동산 개발업체 소호차이나의 장신(張欣) 최고경영자(CEO)가 맨해튼 소재 제너럴모터스(GM) 건물 지분 40%를 매입했다.
중국 기업들의 선진국 인프라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영국 런던 템스 강의 오폐수 처리 설비와 히드로 공항 투자에 나섰다. 최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맨체스터 공항 상업지구 조성과 영국 원자력 발전 사업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인지도와 첨단 기술력을 탐내는 중국 민영기업들도 ODI 성향 변화에 크게 한몫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吉利)는 스웨덴 자동차 메이커 볼보를 인수했다. 중국의 또 다른 토종 자동차 메이커 둥펑(東風)은 유럽 제2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프랑스 푸조시트로앵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중국의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레노버는 캐나다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메이커인 블랙베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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