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풍 논란으로 암투 우려…CEO 추천위원회 친 이석채 성향도 논란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검찰 수사 압박을 받아온 이석채 KT 회장이 전격 사임키로 하면서 KT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표면적으로는 이 회장 혐의와 KT 조직이 분리되는 양상이지만 오히려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치권 외풍 논란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하마평까지 난무하는 등 KT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가 새 CEO를 결정하기까지 이르면 한 달가량이 이번 KT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일 KT에 따르면 이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새 CEO를 선임하기 위한 절차가 조만간 시작된다. 임시이사회가 소집돼 이 회장 사임건을 처리하면 2주 내 후임 CEO 선임을 위한 CEO 추천위원회가 구성된다. 이후 위원회가 단일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후임 CEO가 선임된다.
업계에서는 KT가 CEO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불확실성을 제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이 취임(2009년 1월)할 때도 남중수 전 사장의 사임(2008년 11월) 이후 두 달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일정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KT CEO를 둘러싼 역학구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외풍이 그 중 하나다. KT는 후임 CEO 선임에 대해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참여연대 고발에 따라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이 낙하산 인사를 앉히기 위해 MB 정권 인물인 이석채 찍어내기를 했다는 인식이 크다"며 후임 선임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될 것을 우려했다.
벌써부터 하마평도 난무하고 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회장과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방석호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형태근 방송통신위원회 전 상임위원, 윤창번 청와대 비서실 미래전략수석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KT 출신 인사 중에서는 이상훈 전 사장, 최두환 전 사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또 다른 변수는 CEO 추천위원회다. 사외이사 7명, 사내 이사 1명으로 이뤄지는데 모두 이 회장이 재임 중에 낙점한 인물이거나 친 이석채 인사들이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 김응한 미국 미시간대학 경영학 석좌교수는 이 회장과 같은 경복고 출신이고, 이현락 세종대 석좌교수와 송도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은 서울대 동문이다.
이춘호 EBS 이사장과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MB 정부 시절 인연이 깊고, 성극제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차상균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도 평소 이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사내이사 한 명은 표현명 KT 사장과 김일영 KT 사장 둘 중 선택되지만 이들 역시 이 회장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후임 CEO 선임 과정에서 이 회장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KT 고위 관계자는 "반 이석채 진영에서는 CEO추천위원회가 친 이석채 성향이 짙어 그냥 두고볼 수 없을 것"이라며 "남중수 전 사장에서 이석채 회장으로 넘어올 때 이사회 구성이 바꿨던 것을 감안하면 피바람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인사태풍도 KT에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이 회장이 사의표명 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임원 수를 20% 줄이고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폐지하겠다"며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이 회장 재임 중 외부에서 영입된 임원 30여명의 거취도 주목되는 등 KT가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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