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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전쟁으로 경제·서민만 피멍..美 정치권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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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서울=박병희 기자] 미국 정치권이 16일(현지시간) 예산 전쟁을 끝내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날 상ㆍ하원 표결에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사실상 상황은 종료됐다. 16일간의 일시폐쇄(셧다운)를 끝내고 정부 기관들도 다시 문을 연다. 우려됐던 채무불이행(디폴트)도 당분간 피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이전투구로 경제는 이미 상당한 내상을 입었고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이는 대부분 서민들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당장 이번 셧다운 사태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와 극우 보수단체 티파티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천문학적인 경제 손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예산과 정부부채를 둘러싼 정쟁으로 인해 치러야 할 경제적 비용은 생각보다 엄청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폐쇄로 인한 경제 활동 위축과 국가 신용도 하락 등으로 인해 당장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지는 동시에 기업들은 영업 실적 하락과 금융비용 상승을 걱정해야할 처지라고 전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를 수치화해서 발표했다. S&P는 미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 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2주 이상 지속된 연방정부 폐쇄를 이유로 지적하며 미 정치권이 2011년 8월 미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관련해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S&P는 특히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최소 240억달러(25조5840억원)나 줄이고 4분기 연율 기준 GDP 증가율을 0.6%포인트 감소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S&P는 지난 9월 미국의 4분기 GDP 증가율 전망치를 3%로 제시한 바 있다. S&P는 정부 폐쇄와 같은 상황을 피할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근거한 전망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따라서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2%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춰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S&P는 설명했다.


S&P는 특히 2011년 8월 미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 소비자 신뢰지수가 31년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2주 이상 이어졌던 셧다운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미국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ㆍ공화 양당은 일단 올해 말까지 협상시한을 벌어놓았지만 이견을 못 좁힐 경우 워싱턴은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S&P는 상원에서 채무한도 합의안을 마련한 것과 관련해서는 데드라인이 내년 초로 연기된 임시 조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임시방편은 소비자 신뢰도에 계속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09년 이후 미 정치권의 재정협상 관련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업률이 6%포인트 올라갔고 이는 9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한 경제적 피해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 피해는 주로 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벼랑끝에 몰린 존 베이너와 티파티=이번 예산 전쟁의 승자를 따로 가려내긴 어렵지만 패자는 분명하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극우 보수단체 티파티가 여론의 역풍에 직면해 있다. "셧다운의 대상은 바로 이들"이라는 조롱과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의 주역 칼 번스타인은 이날 MSNBC 방송에 출연 "(이번 사태를 주도한) 공화당의 지도부는 암적인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번스타인은 베이너 의장 등이 극우 보수단체 티파티에 휘둘려서 미국을 엄청난 위기에 빠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터넷판을 통해 "공화당의 보수파가 이제 예산 전쟁에서의 완패를 받아들일 시간이 됐다"고 보도했다. 베이너 의장도 자신의 지역구 방송에 출연, "우리는 잘 싸웠지만, 당장 이기지는 못했다"며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티파티에 의존해 무리한 싸움을 이끌었던 베이너 의장의 정치적 리더십은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실제로 공화당 의원들 마저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사실상 불신임하기 시작했다.


지난 15일 베이너 의장과 공화당 지도부가 상원에서 다듬어놓은 합의안을 무시하고 하원에서 독자안을 표결처리하려 하자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반기를 들고 이를 저지한 것이 극명한 사례다. 공화당 내부의 친위 쿠데타로 인해 베이너 의장이 지휘권을 사실상 상실하면서 상원에서의 협상은 다시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공화당과 티파티의 인기도 이미 바닥권이다. 16일간의 셧다운 기간 워싱턴을 중심으로 전국에선 무리한 정치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과 티파티에 반대하는 집회가 줄을 이었다. WP는 이들에 우호적이었던 미 상공회의소, 전미 제조업자 협회, 전미 소매업자 협회조차도 예산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촉구하며 압박을 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지지 운동을 펼쳤던 잭 웰치 전 GE 회장도 최근 CNN에 출연, "베이너 의장이 왜 셧다운 사태를 만들고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로 지난 주 실시된 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여론조사에선 공화당과 티파티에 대한 지지도가 각각 24%와 21%로 떨어졌다. 근래 보기 드문 참담한 성적표다. 이번 예산 전쟁 과정에서 명분도 실리도 잃은 베이너 의장과 티파티는 어떤 형태로든 톡톡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서울=박병희 기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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