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LH 판교 아파트 담합 처분, 중징계 사안 아니다"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배경환 기자, 박미주 기자, 한진주 기자]전문가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 최저가 아파트 건설공사 입찰 담합과 관련해 35개 건설사에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중 처벌도 문제지만 어차피 LH가 금전적 손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입찰 제한이라는 과한 처분을 내릴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한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발주자 뿐만 아니라 모든 공사에서 입찰을 할 수 없게 돼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현재 법령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H는 2006∼2008년 LH가 발주한 판교신도시 등 8개 지구 아파트 건설공사와 관련해 담합을 한 35개 건설사에 대해 부정당(不正當)업자로 지정, 3개월~1년동안 입찰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LH는 이 가운데 담합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진흥기업ㆍ대보건설ㆍ효성ㆍ경남기업 등 4개사에 대해선 이달 22일부터 1년 동안 공공 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나머지 한일건설ㆍ신동아건설 등 31개 건설사는 3개월 동안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

이와 관련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담합이라는 것이 낙찰률이 높을 때 생기는 것인데 LH공사 입찰 시 낙찰률을 전혀 끌어올리지 못했고 낙찰가를 올리는데도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라며 "결국 발주자인 LH는 경제적 손해를 보지 않은 담합으로 입찰제한이라는 징계는 과했다"고 평가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시장경제에서 담합을 용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안이 경우 건설사들이 억울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최저가 낙찰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가처분 소송 등을 시작으로 해결점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 LH가 기준을 세우고 바로잡는 건 좋지만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주택건설업계에 충격이 상당히 클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부정당업자로 지정될 경우 발주자 뿐만 아니라 전 공공기관 입찰을 할 수 없게되는 현재의 시스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계약법령상 건설사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되면 낙찰 건설사는 1년, 가담 건설사는 6개월동안 전체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최 위원은 "이번 입찰제한이 LH 입찰공사에 국한 돼 있지 않고 모든 공공기관에 연쇄고리고 제한돼 있어 해당 업체에게는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며 "부정당제제가 해당발주기관에 국한된 처벌이 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위원도 "해당행위에 대한 처벌은 필요하지만, 입찰참가제한 받아 각 발주처에 공지되면 다른 발주처로부터의 공사입찰에 참가 못하게 되고 국가 전체 공사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건 굉장히 치명적인 부담이다"라고 우려했다. 김경주 중앙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 역시 "낙찰은 낮은가격으로 적게 되지만 사업시행 과정에서 설계변경이 무수히 일어나는데 최종완료한 공사를 따지면 낙찰률 높은 공사와 별차이 없다"며 "최저가를 들어갔는데 발주처가 설계변경 인정 안해주면 결국 시공사들은 손해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두 위원은 "일반적인 건설회사들도 여러가지 재무구조나 시장상황 때문에 어려움 겪고 있는 사황에서 건설업계 산업구조상 허리부분이 많이 약화되는 걸 초래한다"며 "자칫 건설시장 규모도 줄고 있고, 어려움 가중되는 상황에서 대형업체 중심으로 치우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