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 경제 개혁을 요구해온 신흥국이 이제는 거꾸로 개혁을 요구받는 상황이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최고 자문기구인 국제금융통화위원회(IMFC)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경기침체를 극복했다"며 "유럽은 더 이상 위기의 진원지로 주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이날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과 만난 후 "최소한 단기적으로 유럽은 더 이상 세계 경제의 걱정거리가 아니다"라면서 "성장이 더뎌진 신흥시장 쪽으로 위기가 일부 넘어갔다"고 말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경제에 충격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것 때문에 (신흥국이) 요구하는 개혁이 늦춰져야 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주요 20국(G20)도 지난 11일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담 후 발표한 코뮈니케에서 "선진국의 출구 전략은 신흥국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따라서 "출구전략의 신중한 실행과 시장과의 명확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FT는 이와 관련해 IMF가 올해와 내년의 신흥국 성장 전망치를 지난 7월에 비해 각각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점도 상기시켰다.
IMF는 최근 신흥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4.6%와 5.1%로 지난 7월 전망치에서 0.5%포인트, 0.4%포인트 하향조정했다.
IMF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융 불안정성이 커졌고, 취약한 경제구조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 가능성도 나타났다"고 성장률 하향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선진국의 경제개혁 압박에 대해 신흥국들은 국가별로 다른 반응을 내왔다.
IMF와 세계은행 연차 총회에 참석한 아프리카 이사들은 선진국이 출구 전략의 심각성을 절감해 이를 실행할 때 시장과 더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출구 전략을 시사한 이후 신흥 시장이 요동친 점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자본 이탈) 충격을 과도하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제는 우리가 집안을 단속해야 하는 때"라며 "그것이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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