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국책사업인 제2영동고속도로(이하 제2영동) 건설 과정에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민자로 추진 중인 제2영동 2공구(여주시 산북면 송현리 구간)에 레미콘 공장과 파쇄야적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환경피해가 예상되는 공장을 만들면서 주민 설명회는 물론 사전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3공구 등 다른 공사 구간에도 같은 상황이 연출돼 제2영동은 '민원 도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방자치단체(여주시)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겼고 지자체는 국책사업이라며 뒷짐만 지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할 환경부는 현장에 와 보지도 않은 채 형식적 서류검토 작업에 머물렀다. 그 사이에 시공사인 협성종합건설은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수수방관, 지자체의 무책임, 사업체의 부도덕성이 결합되면서 고통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송현리에 들어설 레미콘공장 1㎞ 이내에 주민 80%가 살고 있고 장애인수도회도 위치하고 있다. 3㎞ 이내에는 산북면 주민들 대부분과 초·중학교, 공립도서관, 노인주간보호센터 등이 있어 레미콘 생산에 따른 비산먼지, 파쇄에 따른 소음 피해 등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주민들은 '환경보전위원회(이하 위원회)'를 만들고 반대 운동에 나섰다. 위원회측은 "환경파괴와 주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시설을 만들면서 주민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춘석 여주시장은 "제2영동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알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주시가 관련 공장에 대해 개발은 물론 가건물신축 허가까지 내 준 것으로 확인돼 이는 책임회피성 발언이라고 주민들은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수수방관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광역도시도로과 측은 "레미콘·파쇄야적장은 지자체 인허가 사안이기 때문에 중앙부처 업무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공구 현장소장인 박성군 협성종합건설 상무는 "정부 입찰을 할 때 각 공구마마 레미콘·파쇄야적장을 만들기로 이미 계획에 들어 가 있다"고 말했다. 2공구에 공장이 들어서기로 계획돼 있었고 국토부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안일한 영향평가도 비판받고 있다. 환경부 국토환경평가과의 한 관계자는 "관련 공장 근처에 주거지역이 있기 때문에 소음과 먼지 방지 대책을 담아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직접 현장을 찾지 않고 서류로만 지시했다.
주민 설명회와 사전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박성군 현장소장은 "사업 전체에 대한 공청회를 지난 2011년 했기 때문에 다시 설명회를 가질 필요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위원회측은 "송현리 주민들은 전체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알지 못한다"며 "바로 코앞에 레미콘과 파쇄공장이 들어서는데 설명회 한번 거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국책사업이 필요한 것은 이해한다"며 "정부, 지자체, 주민, 사업체가 합의와 대화를 통해 진행하는 것이 상식인데 주민들에게 고통만 주는 사업이라면 추진하지 못한 것만 못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