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난 2000년 5월 개관한 런던의 대표 갤러리 '테이트 모던'은 일반 미술관과는 사뭇 다르다. 전시실 곳곳에 H자 철제빔이 있고 전시관 내부에 100m 가까이 되는 굴뚝이 우뚝 솟아 있다. 한 해 4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 테이트 모던이 과거 전기를 생산하는 템스 강변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였다면 믿을 수 있을까. 1980년 초 가동을 멈춘 낡은 흉물의 화력발전소가 수많은 인파를 모으는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영국 와핑수력발전소를 개조한 '와핑 프로젝트'는 테이트 모던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수력발전 장비를 그대로 둔 채 레스토랑과 갤러리를 열어, 예술가와 시민들이 몰리는 런던 문화의 중심이 됐다.
영국에 테이트 모던이 있다면 우리에겐 당인리발전소(현 서울화력발전소)가 있다.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이자 서울 유일의 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에도 2016년이면 도서관ㆍ박물관ㆍ공연장ㆍ전망대 등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선다. 재건축 찬반 논란으로 6년여를 끌어오다 드디어 27일 첫 삽을 떴다. 당인리발전소는 어떻게 세워졌고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당인리발전소의 역사는 83년여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야 한다. 지금은 서울화력발전소지만 본명은 당인리발전소다.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 가사에도 등장하는 당인리발전소는 서울 시민에게는 친근한 존재다.
경성전기주식회사는 1930년 11월28일 마포구 당인동 현 부지에 1만kW급 1호기를 준공했다. 당시 서대문에서 마포를 오갈 때 전차를 탔는데 이 전차를 움직이는 전기가 바로 1호기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전력 수요가 늘어 1935년 10월31일 1만2500kW급 2호기가 세워졌다. 이때부터 당인리발전소라는 이름으로 서울 밤거리를 밝혔다.
설계 수명이 다 하면서 당인리발전소는 하나 둘 불을 껐다. 아직 운영 중인 4ㆍ5호기는 두 차례에 걸쳐 수명 연장을 했지만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이 자리엔 '서울복합화력발전소'라는 이름으로 새 발전소가 세워진다.
서울복합화력발전소가 영국의 테이트 모던과 다른 점은 화력발전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지하 30m의 암반층까지 땅을 파 80만kW급 발전소 2기를 짓는다. 지상에는 전체 터 11만8000m² 중 75%인 8만8350m²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형성된다.
최평락 한국중부발전 사장은 "지하는 발전설비로, 지상은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것"이라며 "수도 서울의 새로운 복합문화ㆍ에너지 명소이자 명품발전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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