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야심차게 출발했던 MBC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이하 ‘스플래시’)가 출연자들의 연이은 부상을 통해 안전성 논란에 휘말렸다. 거센 비난 분위기로 인해 프로그램이 존폐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민석홍 감독(경기도 체육회 소속, 다이빙 국제심판)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털어놨다.
지난 주말 아시아경제와 만난 민석홍 감독은 ‘스플래시’가 녹화 2회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선 것에 대해 “외국 같은 경우는 준비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을 준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다이빙이 하루 아침에 되는 운동은 아니다. ‘스플래시’를 제작할 때 의뢰가 들어온 게 5월이었는데, 기간이 너무 짧았다”며 “물에서 떨어지고 간단하게 기본적인 동작만을 했으면 무리 없이 재밌게 했을 텐데 좀 더 고차원적인 것을 시도하다보니 약간의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스플래시’ 출연자인 개그맨 이봉원은 연습 중 사고로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당초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봉원 측은 타박상 정도의 부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스플래시’ 제작진은 위험성을 무시하고 시청률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출연자 부상으로 인해 MBC는 지난 6일 예정돼 있던 녹화를 당일 급히 취소했다. 같은 날 오전 김종국 MBC 사장 주재로 열린 임원회의에서 이 같은 사항이 결정됐으며, 당분간 녹화는 물론 출연자들의 개인 연습도 진행하지 않는다. 이미 녹화된 분량은 오는 13일에 예정대로 방송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출연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스플래시’ 이전에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과 KBS2 ‘출발 드림팀’에서는 출연자들이 다이빙에 도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졌고 ‘스플래시’의 제작이 확정되면서 제작진은 좀 더 멋지고 전문적인 다이빙 쇼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민석홍 감독은 전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단순히 물에서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며, 지도자의 문제점 또한 지적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도했던 코치들 중엔 현재 전혀 지도를 안 하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가르치는 지도자가 현장 경험이 없으면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죠. 일반인들을 가르치던 거를 생각해서 연예인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건데, 무리한 다이빙 연기는 당연히 얼굴과 몸에 멍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에 떨어질 때의 충격이 굉장히 크거든요.”
민석홍 감독은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과 지도자에 대한 아쉬움을 밝히면서, 다이빙 자체가 위험한 운동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이봉원씨 사고로 인해 사람들이 다이빙은 위험한 운동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 일반인들, 30~50대 직장인들도 많이 배우거든요. 운동을 좋아하는 분들이나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다이빙을 배우죠. 우리는 ‘물에 친다’는 표현을 쓰는데 사실 물에 쳐서 얼굴 뼈가 부러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멍이 들고 붓는 상태가 될 순 있어요. 복싱선수가 맞으면 붓는 것과 같은 이치죠. 모든 운동은 조금의 위험성은 다 안고 있으니까요.”
앞서 민석홍 감독은 ‘맨발의 친구들’ 녹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출연자 윤시윤 등이 다이빙을 하는 모습을 꼼꼼히 지켜보고 평가했다.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라도 장난을 칠 수가 없는 게 사람들이 높이에 대한 겁이 있어요. 그래서 장난을 칠 수가 없죠. 물에 잘못 떨어지면 아프기도 하니까 아무리 예능이라도 가볍게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뛰고 나면 즐겁게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 녹화에서도 모두들 진지하게 다이빙에 참여 했어요.”
그는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청률에 급급해 무리한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일단은 출연자나 지도자들에게 너무 무리하게 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하면 안 됩니다. 다이빙 선수처럼 보여주기보다는 연예인들이 도전하는 과정에 집중해야 해요. 그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쾌감과 만족을 느끼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10m에서 떨어진다면 정확한 자세로 얼마나 잘 들어가는가를 보여주면 되죠. 기본적인 것부터 체계적으로 시도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미도 붙고 높이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거든요.”
민석홍 감독은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다이빙이 다뤄지면서 대중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반갑다고 했다. 축구나 야구 같은 경우는 매스컴에서 중계를 많이 하지만 다이빙은 비인기 종목이라 중계도 거의 하지 않기 때문.
“다이빙, 수구도 마찬가지고 육상도 비인기 종목이죠. 수영도 박태환 때문에 경영은 올라왔지만 나머지는 관심이 없어요. 대중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스포츠 뉴스나 중계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스포츠를 소개해주면 좋을듯합니다. 미디어 자체가 그것을 국한시키니까 스포츠도 묻히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번 ‘스플래시’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다이빙을 위험한 운동으로 인식시키고 있는 거 같아 아쉽죠.”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