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大감원·車노조 몰락 불렀던 美 파업의 종말
올해도 3조원 손실 '연례행사'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 합의 잠정안이 나왔지만 2주째 이어진 부분파업으로 올해 손실액도 역대 최고치를 훌쩍 넘어섰다.
이번 잠점안 도출과 별개로 미국 GM의 구조조정과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쇠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국 자동차 경쟁력이 저하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진행된 부분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생산차질 손실액은 1조원을 넘어섰다.
파업과 특근 및 잔업 거부로 인해 올해 손실액만 3조원에 이르며 역대 최고치의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기존까지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인한 역대 최대 손실액은 지난해 기록한 1조7048억원이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 등 75개 요구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세부조항까지 따지면 180여개에 이른다. 특히 노조는 기본급과 상여금 인상 외에도 퇴직금 누진제 신설, 완전 고용보장합의서 체결, 해외공장 신설과 신차종 투입 때 노사공동 심의ㆍ의결, 노조간부 면책특권 강화, 정년 만 61세로 연장 등을 요구했다.
회사로서는 임금과 복지비용 상승 외에도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파업이 장기화로 인해 현대차의 지난달 내수 판매는 4만7680대를 기록하며 5만대선이 무너졌다. 올 2월에도 국내 판매량은 5만 대를 밑돌았지만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부족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국내 판매량과 국내공장 수출은 전달보다 각각 19.6%, 9%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 부분파업과 특근거부 때문에 3만5000대의 생산 차질이 있어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잠정안 도출 전에 노조는 '장시간 근무, 저임금 구조'를 지적했지만 현실은 사뭇 다르다.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1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 일본기업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높은 편이다. 현대차 파업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냉랭하기만 하다. 현대차 노조를 두고 귀족노조, 황제노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미국 자동차업계의 쇠락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 자동차 메이커는 노조의 힘에 밀려 매년 실질임금을 인상해주고 의료비 등 노조 요구를 수용해왔다. 해고 시에는 5년간 평균임금의 95%를 지급했다. 퇴직자와 그 가족의 의료보험과 연금을 종신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쇠락과 함께 천천히 힘을 잃었고 지난 2009년 GM이 파산보호 신청을 할 때 UAW는 "오는 2015년까지 파업하지 않겠다"고 항복선언을 한 바 있다.
77년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지켜온 GM의 위기에는 조정자 역할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소홀한 정부, 근시안적 사고에 빠진 경영진은 물론 기업의 운명보다 기득권 유지에 집착한 노조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현대차 파업이 점차 미국 자동차업계의 몰락 상황을 닮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현대차는 올 들어 미국 누적 판매 800만대를 돌파하며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기로에 서 있다"면서 "인건비 등 구조적 비용이 많은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9월2일 아시아경제팍스TV '아시아경제팍스 뉴스'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동영상은 아시아경제팍스TV 홈페이지(www.paxtv.kr)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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