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임단협 101일만에 잠정합의
지난 5월 복귀한 '노무통', 노조 면책특권ㆍ정년61세 등 수용 안해
기본급 9만7000원 인상 등은 받아들여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현대자동차의 3년 연속 무파업을 이끌어냈던 윤여철 부회장이 복귀 후 최대 과제였던 올해 노사 임금단체협상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당장 눈앞의 파업을 끝내기 위해 노조의 요구에 무조건 끌려다니기보다 '원칙'을 지키겠다는 그의 고집이 통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가 글로벌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의지를 토대로 노사 상생 합의안을 이끌어내는 데도 성공해, 새로운 노사문화 전환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노사는 5일 임금단체협상 교섭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로써 지난 5월28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조원 이상의 생산차질을 빚었던 하투는 101일 만에 마무리됐다.
그룹 내 '노무통'으로 통하는 윤 부회장은 지난해 1월 울산공장 노조원 분신 사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나, 올 들어 노조리스크가 확대되자 16개월 만인 지난 5월 복귀했다. 노조문제 해결을 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깜짝 인사카드였던 셈이다.
2009~2011년 노무총괄업무를 담당하며 3년 연속 무파업이라는 성과를 이끌어낸 윤 부회장은 올해 임단협에서 '원칙 있는 교섭을 통한 새 노사관계 정립'을 우선순위에 뒀다.
그는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1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내외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회사의 기본 방침은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라며 "노조의 무조건적인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를 통해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 중 사회통념과 벗어난 ▲대학 미진학 자녀 기술취득지원금 1000만원 ▲조합 활동 면책특권 ▲정년 61세 ▲연ㆍ월차 사용분에 대한 추가 금전보상 등은 수용불가 입장을 관철했고, 노조의 인사경영권 침해 요구 및 이미 노사 합의가 끝난 휴일특근 조건 재협의 요구도 수용불가 원칙을 분명히했다. 윤 부회장의 원칙 고수에 결국 노조는 외부 비난과 우려를 감안해 불합리한 요구안을 철회했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상생안의 주요 내용은 ▲글로벌 생산허브로서의 국내공장역할 노사 공동인식 ▲생산성 및 품질경쟁력 향상을 통해 국내공장 생산물량 증대 ▲주기적인 신차종 투입 및 성공적 론칭을 위한 노사 공동노력으로 고객수요 적극 대응 ▲미래 친환경차 연구개발 투자 지속 ▲종업원 고용안정 등이다.
또한 임금 합의안에는 ▲기본급 9만7000원 인상(기본급 대비 5.14%, 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50%+500만원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특별합의 100% ▲품질향상 성과 장려금 50%+50만원 ▲사업목표 달성 장려금 300만원 ▲주간연속2교대제 포인트 50만포인트 지급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현대차는 성과에 대한 합리적 보상은 실시하되 총 15일간 지속된 부분파업 등에 대해선 무노동ㆍ무임금 원칙을 분명히했다. 지난달 20일부터 이어진 임단협 파업 및 잔업특근 거부로 현대차는 5만191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225억원의 생산차질을 입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9일 실시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 어려운 경영여건을 함께 극복하고 생산 및 품질 등 회사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에 노사가 공감했다"며 "선진 노사문화 발전을 통해 고객관심과 성원에 보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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