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22일, 다목적실용위성5호가 마침내 우주궤도에 안착했다. 러시아 측 사정으로 거의 2년이 지연돼 오랜 기다림 끝에 이루어진 발사였다. 지난 7월8일 다목적실용위성5호를 적재한 위성컨테이너와 장비들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출발했다. 발사준비가 이루어진 야스니 발사 기지는 2005년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야스니 발사 기지는 펜스로 둘러싸여 있으나 내부는 그렇게 좁지는 않은 편이며 기본적으로 활동에는 별다른 제약이 없었다.
야스니에 도착한 7월10일 인조잔디와 그물망으로 덮인 미니축구장의 개장식이 있었다. 코스모트라스 회장이 과거에 우리 팀이 축구장 얘기를 해 그 약속을 지킨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미니축구장은 우리 팀을 비롯해 이번 발사에 관련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온 사람들과의 협력에 큰 도움이 됐다.
며칠 후에는 국기 게양식도 있었는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코스모트라스 회사 깃발에 더해 대한민국 태극기를 게양했다. 야스니 발사기지에 우리의 태극기가 휘날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위성작업 공간 내부 벽에도 선발대에 의해 이미 태극기가 붙여져 있었다. 마침내 발사장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완성된 느낌이었다.
위성 및 관련 장비는 7월11일 야스니 발사기지로 도착했고 이후의 발사장 작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 운송 후 검사 및 위성 기능점검 준비, 위성본체 기능 점검, 영상레이더 탑재체 기능점검, 추진계 누설시험 및 연료주입, 위성 마무리 작업 및 최종 검사 등이 계획대로 진행됐다. 통상적으로 위성은 발사체 상단부에 장착될 때 반으로 나누어진 페어링이 양쪽에서 합해져서 결합된다. 드네프르 발사체의 경우에는 원통 속에 위성을 집어넣고 나머지 원통 두껑을 덮는 식으로 위성이 로켓 상부에 조립된다.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료시카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발사체 상부와의 결합 이후에는 운송차량에 탑재 및 이동 등이 이루어졌는데 여기서부터는 러시아군의 보안문제로 인해 발사체로의 접근은 철저히 제한됐다. 위성 원격제어를 위해 지하발사대인 사일로에서 110m 정도 떨어진 블록하우스에 설치한 발사지원 및 시험장비까지는 접근이 가능했지만 오고 가는 동안 차량의 유리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항상 감시하는 군인이 동행하는 상황이었다.
발사 직전에는 발사체나 위성의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항상 발사체 연료주입, 날씨 등이 발사의 최종변수가 된다. 그런데 드네프르 발사체의 연료 및 산화제 주입은 이미 발사 일주일 이전에 완료됐다. 사용되는 연료와 산화제는 독성이 있지만 상온에서 저장이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상조건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상황이라 위성과 발사체의 최종 전기접속시험을 마친 발사 3일전부터는 이미 발사대기 상태로 있은 셈이었다.
발사 당일 우리 팀은 발사 7시간 전, 러시아 측은 5시간 전에 최종 카운트다운 업무를 착수했다. 모든 상황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발사 40분전 위성발사에 대한 최종 결정을 발사통제센터로 전달했다. 드네프르 발사의 경우 허용된 윈도는 24초에 불과했지만 1초 미만의 오차로 발사를 했고 다목적실용위성5호는 고도 오차 1㎞ 미만의 경이로운 정확도로 궤도에 투입됐다. 생산된 지 29년이나 된 로켓이었지만 완벽하게 작동한 것이다.
세상에는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몇 명이 힘을 합해서 이룰 수 있는 일도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다목적실용위성개발에 참여하면서 인공위성 개발업무는 수많은 사람이 힘과 마음을 합해야 되는 일이라는 점을 느꼈다. 이 기회를 빌어 지금의 순간이 이루어지도록 도움을 주고 애써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현재 다목적실용위성5호는 위성본체 초기점검 및 시험은 정상적으로 완료한 상태이며 앞으로는 영상레이더 탑재체에 대한 점검 및 시험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다목적실용위성5호가 이미 우주공간에 자리한 2호, 3호와 더불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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