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문화 안착 계기됐지만 과열 마케팅 후유증으로 개인 손실 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내달이면 정부가 야심차게 시행한 국고채 30년물 발행이 1년째를 맞는다.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는 평가 속에 초기 과열 판매로 인한 후유증은 문제로 지적됐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초 있었던 국채 30년물 발행 때 응찰률은 366.6%를 기록했다. 7000억원을 발행하는데 사겠다는 주문이 2조5660억원어치나 몰렸다.
30년물 응찰률은 올들어 200~40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나 연기금 등 장기물이 필요한 기관투자자 위주로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28일 현재까지 발행된 30년물은 7조88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보험과 연기금 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만 해도 10%대에 머물던 보험ㆍ연기금 비중은 이후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시장이 30년물 발행 안착을 성공적이라고 보는 배경이다.
30년물은 발행처인 정부에게도 긍정적이다. 국채 만기를 장기화해 재정운용 안정성을 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채 잔액 중 장기채(10년물 초과) 비중은 18% 가량인데, 일본은 66%에 육박한다. '잃어버린 10년'에도 일본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장기채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
30년물 발행의 어두운 이면도 있다. 발행 초기 때 일부 증권사의 과열 마케팅으로 30년물을 구입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머리가 어지럽기만 하다. 지난해 9월 발행 당시 3.02%던 30년물 금리는 28일 현재 3.97%로 뛰었다. 이달 들어서는 4.02%로 4%를 넘어서기도 했다. 초기 발행 때 30년물을 구매한 이들은 현재 약 20%가량 손실이 예상된다. 100억원을 투자했으면 20억원을 까먹은 셈이다.
지난해 9~10월 2개월 동안 개인에게 팔린 물량만 4000억원가량 이었지만, 이후 금리가 오르자 개인 보유 물량은 점차 줄었다. 28일 현재 개인이 들고 있는 30년물은 약 8300억원으로 추정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경우 채권 이해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며 "채권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장기투자 문화를 안착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30년물 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다소 비싼 편이다. 30년물과 10년물 간 스프레드(금리 차)를 이용해 전세계 주요 21개국의 30년물 값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두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스프레드는 약 30bp(1bp=0.01%포인트)였는데, 스프레드가 낮을수록 값이 비싸다고 보면 된다. 일본 104bp, 독일 81bp, 영국 111bp, 미국 109bp 등이었으며 스웨덴은 10bp로 가장 낮았다.
한편 정부는 올해 국고채 88조5000억원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30년물 발행 비중은 5~15%가 목표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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