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차기전투기(F-X)기종으로 보잉의 F-15SE가 유력해진 가운데 보잉이 방위사업청이 제시한 가격기준을 맞추기 위해 기술 이전 등의 다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가격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사실상 탈락한 록히드마틴의 F-35A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에 이어 보잉의 자격요건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19일 "예산범위 이내의 가격을 제시했던 EADS와 보잉 가운데 EADS의 입찰 서류에 하자가 발생해 사실상 탈락했다"며 "이번 주 3개 후보사와 가계약을 체결하고 다음주 종합평가 결과가 나오면 내달 중순 열릴 방위사업추진위(방추위)에 통보해 기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이 기종 선정을 위해 우선적으로 내걸고 있는 것은 가격이다. 기획재정부에서도 8조3000억원 예산을 초과할 경우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 가격을 충족하는 가격을 제시한 F-15SE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문제는 종합평가에서 F-15SE가 다른 기종보다 기술이전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평가는 총사업비 기준과 상관없이 3기종 모두 ▲가격 ▲성능 ▲군 운용 적합성 ▲경제적ㆍ기술적 편익을 평가한다.
이 중 F-15SE는 타기종에 비해 성능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군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스텔스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보잉에서 내세우고 있는 신형 AESA 레이더(APG-82)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보잉은 탐지거리 200km가 넘는 신형 AESA 레이더를 갖추게 된다고 주장해왔다.
경제ㆍ기술적 편익부분도 문제다. 보잉은 절충교역 프로그램으로 기술이전 20억달러, 부품제작 15억달러, 군수지원과 운용에 필요한 사항 2억달러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충교역이란 한국이 외국의 무기를 도입하는 대신 관련기술을 이전받거나 국산무기나 부품을 수출하는 교역형태를 말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1ㆍ2차 F-X 사업때 약속한 기술이전의 30%도 이전하지 않았다.
경북 영천 지역에 항공전자 장비 유지ㆍ보수 정비(MRO) 센터를 건립해 1억달러까지 투자를 하겠다고 했지만 대한항공도 내부적으로 항공전자 장비보수를 위해 내부계획을 수립한 상황이어서 결국 국내업체가 맡은 정비사업을 가로채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보잉은 공중급유기(KC-135) 무상공급을 제안했다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퇴짜를 맞기도 했다. 미군조차 구형 모델인 KC-135를 퇴역시키는 상황에서 우리 공군이 이를 도입하게 되면 수리ㆍ유지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F-15SE가 최종 결정될 경우 한미작전, F-15K와 조종사 교육, 정비 등에서 유리하지만 종합평가 전체점수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남아있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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