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인도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억제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인도 통화인 루피화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인도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지만 외환보유고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개입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인 인도준비은행(RBI)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루피화 가치는 16일 1달러당 62.00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벤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처음 언급한 5월 이후 대규모 자본이 인도를 이탈하면서 루피화가치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인도 통화당국은 시장에 개입해 겨우 달러당 50루피를 유지했으나 6월이후 다시 60선을 넘었고 지난달 8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61.21루피도 넘었다.
인도 통화당국은 달러를 시장에 팔면서 루피화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 지난해 말 2965억7800만 달러였던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9일 현재 2786억 170만 달러로 179억7700만 달러가 줄었다. 인도의 외환보유고는 5월 말까지 2878억9700만 달러로 감소하고 시장개입이 강화된 이후인 6월 말 2846억4400만 달러, 7월 말 2801억6200만 달러로 금갑했다.
7월 중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팔고 나가면서 한꺼번에 30억 달러가 유출되자 시장에 대규모 보유고를 풀어야 했다. 그렇지만 루피가 5월 말 이후 석달 사이에 달러화에 대해 13%가 평가절하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도 정부는 현재의 외환보유고 규모가 약 7개월 치 수입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도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만큼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을 받은 1991년의 사태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1991년에는 보름치 외환밖에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금수입 관세인상과 기업 순자산의 100%로 해외투자한도 설정 등 외화유출 억제조치 등에도 경상수지 적자와 루피약세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루피가 65루피를 넘어 70루피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보유고로 루피하락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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