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인도가 루피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6년 만에 재도입한 해외 투자 통제 조치가 되레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 14일 밤 루피 하락을 억제하기 개인과 기업의 해외 투자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외자 유출을 억제해 루피의 약세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이는 6년 전 해외 투자 자유화 조치를 되돌린 것이다.
시장은 오히려 불안해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할 정도로 인도 정부의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뜻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번 해외 투자 조치가 효과를 거둘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는 앞서 금 수입 금지 등을 포함해 루피화 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도입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 했다.
인도 금융시장이 15일 휴장했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감은 16일 반영됐다. 달러 대비 루피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을 갈아치우며 달러당 62루피 선에서 거래됐다. 15일 휴장 전 4거래일 연속 올랐던 인도 센섹스 지수는 재개장한 16일 3.97% 급락마감했다.
인도 루피 가치가 더 추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져 루피가 달러당 70루피에 거래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해외투자 제한 조치 때문에 자본 유출이 급격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한 한 고위 정책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지금 당장 20만달러를 빼내겠으며 루피가 달러당 70루피에 이르면 다시 투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제약협회의 DG 샤흐 사무총장은 정부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산업계에 대한 고려 없는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제약업체들은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해외의 중소 제약업체들을 공격적으로 인수해왔다. 이번 해외 자본 투자 통제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샤흐 사무총장은 해외 투자 통제는 업계를 고려하지 않은 정책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제조업체들에서는 장비를 주문해 놓고도 대금을 지불하지 못 하는 상황이 오는 것에 불안해 하고 있으며 결국 향후 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도 경제는 루피 약세로 인한 물가 불안, 확대되는 경사적자와 재정적자, 성장률 둔화 등 내부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까지 겹쳐 내우외환의 상태에 빠져 있다.
여기에 정부가 미봉책에 불과한 대응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인도 경제가 낮은 성장률 속에서 고물가로 고통받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릴리가르 캐피털 인디아의 투자은행 부문 최고경영자(CEO)인 타룬 카타리아는 올해 3분기와 4분기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4%로 떨어질 수 있으며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