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목표·의견 다르지만 결속력·방향성 설정에 최선
활발한 거래 이뤄져야 기업·정부·개인 모두가 윈윈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김창호 코넥스협의회장(사진·아진엑스텍 대표)은 뒷짐 지고 물러서 있길 못하는 성격이다. "하면하고 안하면 안하지 구경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신시장 코넥스협의회장직도 덜컥 맡게 됐다. 개장 초기 거래량이 많은 편에 속한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함께 상장한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지정자문인(신한금융투자)도 회장직을 맡으라고 추천했다. 개장 열흘째인 지난달 11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첫 코넥스 CEO 상견례 자리에서였다.
"막상 맡고보니 부담이 되더라구요. 21개사 모두 다들 자수성가한 CEO들이 모여있다보니 개성이 강하고 경영철학도 달라요. 그뿐입니까 비주류들 의견도 무시하긴 어려워요. 젊은 사장들은 강성해서 달랜다고 애먹을 때도 있고요."
어떤 CEO는 코스닥 이전에 방점을 두는가 하면 다른 CEO는 개인투자예탁금 기준을 1/10인 3000만원으로 하거나 전면폐지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네이버 모바일 커뮤니티인 'BAND'를 통해 다양한 의견들도 쏟아내고 있다. 김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우리(코넥스 기업)만 잘묵고 잘살자 하면 안되지요. 그러면 우리 시장 오래 못가요. 거래소 입장, 정부 입장, 시장 입장, 투자자 입장도 다 생각하면서 가야합니다. 잘못된 게 있으면 제도적으로 이야기하되 코넥스 기업들의 권익만 보호하려하면 안되지요."
개장 후 CEO들이 모인 것은 7월11일 상견례, 18일 합동IR 후 가진 모임으로 2차례다. 코넥스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다보니 다들 바빠진데다 본사가 각 지역에 흩어져있다보니 모임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 휴가시즌까지 겹쳤다. 이 때문에 우선 CEO들의 10여개의 설문을 받아보는 방식으로 의견을 청취했다. 개인예탁금 기준 완화는 CEO들간의 '온도차'가 있었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탈의 코넥스 투자시 세제 혜택과 투자규모 제한 완화 두가지만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김 회장은 "벤처캐피탈은 코넥스에 상장된 회사들은 그 누구보다 잘압니다. 초창기부터 기업분석을 했기 때문이죠. 초기시장이니 어느정도 리스크가 있을 테고, 그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를 준다면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줄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려가 큰 부분은 역시 거래량이다. 코넥스 시장의 7월 한 달 누적거래량은 322만2000여주로 21개 상장사의 총 상장주식 수(8424만여주)의 3.82% 수준에 그친다. 누적거래대금도 199억원으로 시가총액 합계의 4% 수준에 불과하다. 김 회장은 지난달 17일 거래소에서 열린 정홍원 국무총리와의 만남 자리에서도 개인투자예탁금 기준을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코넥스 기업의 태생적인 한계기도 하다"면서 말을 아꼈다. 코스닥에 비해 공시기준도 완화돼 있고 의무적인 IR도 없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보가 열려있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거래가 부진하면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순차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대 협의회장으로서 고민도 있다. 코넥스 시장의 취지가 빠른 시일 내 코스닥 이전을 목표로 하다보니 협의회 결속력이 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김 회장 자신도 아진엑스텍을 1년안에 코스닥에 이전상장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 회장은 "제가 1년 후에 코스닥으로 가게되면 회장이 바뀌어야 하니깐요. 하지만 그런 부분 감안해 수석부회장을 뒀습니다. 회장 공백이 생길 때 수석부회장이 자리를 맡게 될 예정입니다." 현재 코넥스협의회 수석부회장은 김군호 에프앤가이드 대표다. 부회장은 업종별 소위원회 분과를 만들어 분과위원장을 부회장으로 두기로 했다.
일각에선 코스닥에 갈 기업들 다수가 코넥스에 상장했다는 말도 나온다. 아진엑스텍을 포함해 하이로닉, 엘앤케이바이오 등 시총 상위주들의 업체는 업력도 길다. 우량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성장형초기 기업의 직접금융을 돕는다는 코넥스의 취지와는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코넥스 상장 1호 기업이다 보니 그런 점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정자문인이 모든 책임을 지다보니 우량기업 위주로 편성이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1호기업의 경우 앞으로 끌고 가는 책임이 강해 그랬지만 앞으로 생길 2호 3호 기업들은 코넥스 취지 에 맞는 성장형 기업들로 꾸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 1995년 아진엑스텍을 창업했다. 당시 국내에서 모션제어기술은 태동기였다. 모션제어는 전기공학과 기계공학 분야 기술이 접목돼야 하는 분야라 사업을 안정시키는 데 어려움이 컸다. 국내 엔지니어들의 '기술사대주의'도 난관이었다. 창립 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해 성과를 냈지만 주목을 크게 받진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외환위기와 글로벌금융위기가 기회가 됐다. "외환위기 전에는 호경기여서 '혁신'이 필요없었죠. 업체들은 모험을 싫어해 저희 기술을 봤지만 채택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외환위기 오면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했고 그때부터 양산장비를 교체할 때 저희 제품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는 이를 '운전'에 빗댔다. 차는 차선을 바꿔 움직여야 운행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차가 정차돼 있으면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일본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았던 점도 주효했었고 당시 생존에 관건이었던 '기술혁신과 원가절감'에 저희 업체 제품이 잘 맞아 떨어졌던 것이죠."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다수가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는 열정'으로 요약된다. 그는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우수한 몇명의 노력이 아닌 다수의 협동심과 열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진엑스텍은 현재 사원채용공고를 냈다. 김 회장의 기대도 크다. 코넥스 상장의 제1목표를 기업인지도 제고와 우수인력확보로 삼았기 때문. 김 회장은 지역기반 비상장사의 경우 인재채용에 어려움이 크다고 고백했다. "젊은 친구들 대기업을 가장 선호하고 그다음이 상장된 중소기업입니다. 지역기반 비상장사들은 이 부분에 있어 인력유치가 상당히 힘들었죠. 하지만 이제 상장도 했고 기업인지도도 높아져 우수인력확보가 좋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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