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고층빌딩,아스팔트,열섬현상,복사열에 기온 상승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이현우 기자]장마가 끝나자마자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치솟고, 아침기온부터 30도를 웃도는 곳도 상당수다.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도시민들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빌딩과 아스팔트 도로가 적은 곳과 시원한 강바람이 유입될 수 있는 강변 근처를 도심 내 피서지로 추천한다. 서울에서는 빌딩숲이 비교적 적은 '서쪽'이 덜 더운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빌딩숲과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는 게 좋다. 실제로 지난 달 23일부터 일주일 간 서울 지역의 평균 기온을 살펴보면 서초구 33.9도, 강남구33.5도, 송파구 33.3도로 이른바 '강남 3구'의 기온이 높다. 이들 지역은 서울의 동쪽이자 고층빌딩이 늘어선 도심지면서 아스팔트 도로가 많은 곳이다. 반면 평균 기온이 비교적 낮은 곳은 종로구 29.9도, 관악구 31.0도, 강서구 31.5도 등이었다. 같은 서울에서도 온도 차이가 최대 4도까지 나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서쪽에 위치하면서 북한산, 관악산 등 녹지대를 끼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반도의 기온은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東高西低)'의 특성을 보인다. 지구 자전력으로 인해 한반도가 편서풍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서해 쪽에서 불어온 바람이 상륙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도심의 열을 받고 더워지기 때문에 동부 지역의 기온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같은 폭염 기간이라도 그 지역의 지표가 열을 분산시키느냐 그러지 못하느냐에 따라 온도 차이가 심하게 발생한다. 대기 중 열기가 빌딩 벽에 막혀 외부로 유출되지 못할 경우는 '열섬'현상이 발생해 주변보다 기온이 올라간다. 특히 유리벽 건물이 많은 강남지역의 경우에는 유리가 직사광선 열기를 그대로 반사한다. 여기에 에어컨,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열기 또한 도심 외부로 나가질 못하고 적체되기 때문에 더 더워진다.
아스팔트 도로가 내보내는 복사열도 도심 기온 상승의 주범이다. 아스팔트는 직사광선을 받아 가열되면 대기 중으로 50도 이상의 복사열을 다시 배출한다. 최근 서울시가 낮 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올라가 폭염주의보가 발령할 경우에는 도심 도로에 물뿌리기 작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정선 서울시 생활환경과장은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로 물뿌리기를 통해 폭염으로 상승하는 불쾌지수와 도로열을 조금이나마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이 저녁이 되면 한강 둔치나 공원 등으로 '피서'를 가는데, 실제로 강가 근처는 도심 지역보다 훨씬 쾌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변 등은 물가라서 습도가 더 높을 것 같지만 습도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따뜻한 공기가 위로 올라가면 찬 공기가 외부에서 유입이 되는데, 강변 주위에서는 강바람이 유입돼 시민들이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잠실에 사는 주부 박예지(34) 씨는 "에어컨과 선풍기를 계속 틀어놓으니 뜨거운 바람이 나와서 요즘에는 밤마다 한강 둔치로 나간다"며 "그나마 바깥에 있는 게 덜 습하고 덜 덥다"고 말했다.
전국이 찜통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각지에서 신기록이 나오고 있다. 울산에서는 8일 낮 최고기온이 38.8도까지 치솟아 193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대구에서는 8일 새벽 최저기온마저 30도를 육박해 이 역시 기상관측 이래인 107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은 8일째 열대야를 기록했고, 강릉과 동해, 속초 등 동해안 일대는 사흘째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중부지방에서는 기압골이 통과하면서 주말에 비 소식이 있지만, 남부지방에서는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비 소식마저 없어 더위가 다음 주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이현우 기자 knos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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