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책 연구원의 시각이 엇갈려 경제주체들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각각 '최근 경제동향'(그린북)과 'KDI 경제동향' 8월호를 내놨다. 기재부는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한 반면 KDI는 "아직까지 부진하다"고 판단했다. 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 고용 등 같은 경제지표를 놓고 서로 달리 분석한 것이다.
기재부는 물가안정 속에 고용이 확대되고 광공업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지표도 개선되고 있다고 봤다. 7월 수출이 늘어난 점도 꼽았다. 그러나 KDI는 일부 지표가 긍정적 신호를 보내지만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이 여전히 낮고 건설경기도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경기 회복세가 더뎌 우리 수출도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분히 두 기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기부양에 방점을 찍은 기재부는 정책효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 긍정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강하다. 연구기관인 KDI는 보수적으로 분석했다. 경기진단에 대한 기관별 시각차는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같은 지표를 놓고 한날 '회복세' 대 '부진'으로 상반되게 평가함으로써 가뜩이나 확신이 없어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들을 다시 헷갈리게 한 것은 문제다.
행여 기재부가 현오석 경제팀을 못 미더워하는 정치권과 경제계의 시선을 누그러뜨리려고 보고 싶은 지표의 의미를 확대 해석했다면 얕은 꾀가 아닐 수 없다. 기재부는 그린북 7월호에서 '저성장'이란 말을 빼고 '개선'으로 대체했고 다시 한 달 만에 '회복'이란 단어를 썼다. 2분기 성장률 1.1%를 놓고 기재부는 '저성장 탈피의 신호탄'이라며 환호한 반면 KDI는 '정부소비 덕분'으로 추세적 경기회복은 아니라고 평가절하했다.
같은 지표에 대한 해석이 다름은 그만큼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9분기 만에 겨우 0%대 성장을 벗어난 것을 놓고 경기진단 입씨름할 때가 아니다. 다달이 나오는 통계수치에 일희일비해서도 곤란하다. 경제지표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읽어 맞춤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기업투자를 북돋고 고용을 늘릴지, 한여름에도 냉랭한 내수를 살릴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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