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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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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7장 총소리(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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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주고 말고 할 게 있나요?”
하림은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말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하고 자기가 직접 그 일에 끼어드는 것 하고는 달랐다. 기도원을 짓건, 위락시설을 짓건 그건 그들의 일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여 무엇을 짓건 간에 이 아름다운 골짜기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 것이었다.

새마을 운동에서 시작되어 개발에 중독될 대로 중독된 사람들은 무엇이든 까고 파헤쳐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멀쩡한 산도 뒤집어 터널을 만들고, 멀쩡한 강도 뒤집어 보를 만들고 싶어 하는지 모른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한 개념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하긴 그녀 아버지, 이층집 영감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인자의 머리 둘 곳>이라는 이름의 기도원은 그들 부녀의 절실한 소망이자, 꿈인지도 모른다. 하림 역시 그런 꿈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곳은 그들만의 망명정부가 될 것이었다. .


“송사장이란 사람이 있어요. 여기에다 대규모 위락시설을 짓는다고 야단이죠.”
묻지도 않았는데 조금 있다가 그녀가 스스로 먼저 말을 꺼내었다.
“근데, 그 위락시설이란 게 어디 들어오는지 알아요? 바로 우리 땅, 기도원을 지으려고 하는 땅과 딱 붙은 곳이지 뭐예요. 우리가 그 땅을 살 때만 해도 전혀 그런 계획이 없었죠. 생각해보세요. 조용한 기도원 옆에 시끌벅적한 위락시설이 들어온다는 걸 말이예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근데 송사장이란 사람이 그 일을 추진하려고 군청에도 손을 넣고, 마을 사람들도 꼬득이고 있죠. 주민들 동의서를 반 이상 받아 놓았다 해요. 아직 허가도 나지 않았는데 벌써 불도저를 들여와 공사를 진행하고 있지 뭐예요.”
“공사하는 건 봤어요.”
하림이 말했다. 지난 번 산책길에 포크레인이 일하고 있는 것을 본 까닭이었다.
“근데 문제는 우리 땅이 바로 거기에 딱 붙어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땅을 사지 않으면 그곳으로 가는 길이 나지 않아요.”
남경희가 말했다.


“예....?”
하림으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말하자면 맹지라는 말이예요. 우리 땅을 지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땅이란 말이죠. 그래서 땅을 팔라고 온갖 수작을 부리고 있답니다. 이장에게 압력을 넣기도 하고.....”
“운학 이장에게....?”
당연한 이야기긴 했지만 하림은 새삼 놀랐다는 듯이 되물었다. 이장인 운학과 그녀 사이의 관계가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터였다. 무언가 특별한 사이일 것 같기도 했고, 그냥 그저 혼자 김치국만 마시는 그런 사이 같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 조심해야 해요. 겉으론 날 도와주는 척 하지만.....”
하림의 그런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가 뒤에서 계속해서 말했다.
“그가 관심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나와 우리 아버지 재산이겠죠.”
그녀는 냉소라도 치듯 말했다. 그리곤 곧,
“여기 와서 느낀 것이지만 믿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그 누구의 말도....”
하고 의외로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림은 약간 뜻밖이었다. 그래도 이장은 이층집 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단 말인가. 아침의 일만 해도 이장이 윤여사 고모할머니의 욕을 얻어먹어 가면서 앞장서서 그녀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가.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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