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99일만에 기계 설비를 점검한 결과 대부분 녹이 슬었지만 전반적인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오전 개성공단 입주기업 59개사는 설비 점검을 위해 개성공단을 찾았다. 방북을 마치고 오후 5시께 돌아온 김학권 재영솔루텍 대표는 "설비와 기기는 예상보다 보존상태가 괜찮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다만 기계에 습기가 차 눅눅한 상태였고 드문드문 녹슨 곳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정상화되기까진 약 한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성현상 만선 대표도 비슷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날 "개성공단 내 자재와 설비가 잘 보존돼있는지 육안으로 확인했고 공단에서 빠져나오면서 조치한 봉인이나 설비에 큰 이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설비를 가동하는 건 기술진이 없어서 불가능했다"고 설명해 추가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입주기업 대부분은 공단 내 있던 원부자재가 더 이상 쓸 모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입주기업인은 "석 달 정도 지난 지금은 완제품도 거의 쓸모가 없고 원·부자재도 녹슬어서 갖고 가봐야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남아 있는 제품을 가져오기 보다 공단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오랜만에 만난 북측 근로자들은 여전히 반갑게 입주기업인을 맞았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김학권 대표는 "북쪽에서 해당 기업의 직장장(종업원 대표) 등이 미리 나와 우리측 인원을 반갑게 맞았다"며 "대부분 기업인들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자연스럽게 껴안게 되고 안부를 물었다"고 설명했다. 설비를 보고 착잡한 심정도 들었지만 근로자를 보며 위안을 삼았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이날 북측을 방문한 뒤 재발 방지에 대한 확답을 요구했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일감이 절반으로 줄어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재발 방지는 북측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밝혔다.
아울러 일부에서는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해 북한의 가동중단 방지 약속과 더불어 우리 정부 쪽에서도 5·24 대북제재 해제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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