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자신들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우리 압박"
[반다르스리브가완(브루나이)=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이 9·19 공동성명에 대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는 중국이 9·19 공동성명 정신을 강조한 다음날 나온 반응이다.
최명남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은 2일(현지시간)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폐막 뒤 돌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 기자들이 "국제사회는 대화가 재개되려면 북측이 9·19 공동성명 등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하자 "9·19 공동성명에 대해 말하면 그것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 부국장은 "9·19 공동성명에는 (북핵 관련) 6자가 각자 수행해야 할 일이 다 기재돼 있는데 현실은 어떤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는 6자회담 당사국으로서 9·19 공동성명에 따르는 임무를 이행했는데 미국, 남조선, 일본은 이행하지 않았다. 자기들이 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이행하라고 하는 건 정말 경우에 맞지 않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유일하게 북한을 배려해주던 중국의 대북 정책마저 부정하는 발언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전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9·19 공동성명이야말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라며 "조속한 시일 안에 6자회담을 재개할 수 있도록 관련 당사국들이 9·19 공동성명의 정신으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중국신문망이 보도했다.
중국은 최근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관련 결의 및 9·19 공동성명을 포함한 국제 의무와 약속이 성실히 이행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오종탁 기자 ta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