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분쟁 이대론 안된다(상)
층간소음 갈등이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갈등은 윗집의 어린 아이들이 뛰거나 어른들의 발걸음 소리로 인해 일어난다. 사소한 데서 시작된 층간소음 갈등은 분쟁을 낳고 살인, 방화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로 확대되기도 한다. 층간소음 갈등은 매우 감정적이고 복합적인 이유로 발생하기 때문에 해결도 쉽지 않다. 때문에 당사자들끼리는 해결이 어려워 제3자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다. 아시아경제팍스TV는 매주 금요일 오후 3시30분 방송되는 '취재토크 금기'를 통해 층간소음의 분쟁 원인과 해결방안을 취재했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밤새 쿵쿵 거리는 소리에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요."
경기도의 한 도시에 살고 있는 박명욱(가명)씨는 연초 이사온 윗집에서 나는 소음에 몇달 동안 잠에서 깬 적이 많다. 몇 차례 찾아가 이야기를 해봤지만 소음이 줄어든 것은 잠시 뿐이었다.
박씨는 "아이들 쿵쿵 뛰는 소리와 밤늦게 청소기를 돌리는데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며 "위층에 찾아가 항의도 해보고 주의하겠다는 다짐도 들었는데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씨와 같은 층간소음 분쟁으로 인한 피해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환경부가 층간소음 분쟁 해결을 위해 지난해 3월 설치한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지난해 4월 600여건에서 올해 4월 1300여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층간소음 민원은 최근 5년 기준으로는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4월 말까지는 1만 2000여건의 상담이 접수돼 매월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이선규 이웃사이센터 차장은 "층간소음 분쟁 원인의 74% 이상이 아이들 뛰는 소리와 어른들 발걸음 소리"라며 "특히 아이들 발걸음 소리는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가장 해결하기 힘든 층간소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층간소음은 다른 분쟁들과 달리 증거가 남아있지 않고 항의 과정에서 감정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층간소음의 가장 큰 문제는 갈등이 매우 복합적이고 감정적이라 이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도 했다.
층간소음 분쟁이 늘어나면서 극단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인천광역시 부평구 십정동 다세대주택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 역시 층간소음이 원인이었다.
사건 당일 2층에 살던 집주인 72살 임모씨와 1층에 살던 세입자 51살 조모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심하게 다퉜다.
이 과정에서 임씨가 불을 질러 조씨의 27살된 딸과 남자친구 24살 최모씨가 숨졌고, 임 씨도 2도 화상을 입었다. 임씨는 도끼까지 휘두르며 조씨의 아내를 다치게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집주인 임씨는 1년여 전 조 씨가 방에 샌드백을 설치한 뒤부터 샌드백을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다퉈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당시 방화사건을 신고한 이웃주민 최모씨는 "양쪽 집이 그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감정이 많이 상해 있었다"며 "화재나기 전에 싸우는 소리가 크게 들려 이웃주민들이 불안해했었다"고 말했다.
박씨 역시 변하지 않는 윗집의 태도에 실망하고 감정적인 충돌을 우려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직접 갈등을 조정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박씨의 민원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 이찬명 이웃사이센터 계장은 층간소음 문제로 인해 윗집과 아랫집의 감정이 많이 상해있는 상태라서 분쟁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계장은 "위층 세대에서 발생하는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와 밤늦게 나는 생활소음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아래층 세대가 민원을 제기했다"며 "서로 공감대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센터에서 제시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분쟁을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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