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장관급 회담'에 北 '9일 개성 실무 접촉' 수정제의
우리측 제안 하루만에 응답하며 한반도정세 주도 속내
갑자기 나온 6·15, 7·4 기념행사는 논의 힘들 듯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우리 정부의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 제의에 북한이 9일 실무 접촉을 제안하고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복원하는 등 남북 대화를 위한 사전작업이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장관급 회담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이룰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주말 사이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거론될 지도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서울서 어느 선까지 논의될까=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남북 모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향후 남북 간 실무 접촉과 장관급 회담에서 별 이견 없이 해법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반면 북한 측이 큰 관심을 보내고 있는 6·15, 7·4 기념행사는 성격이 다르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6·15 기념행사는 이미 우리가 허용 불가 의사를 밝힌 만큼 이를 번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은 "북한이 이러한 우리 정부의 방침을 걸고넘어진다면 회담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갑자기 새로운 사안인 6·15, 7·4 기념행사를 다루기엔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존의 큰 이슈들을 바탕으로 장관급 회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6·15, 7·4 기념행사 등은 현실적으로 다뤄지기 어렵다"며 "장관급 회담은 개성공단, 금강산, 이산가족 문제 등을 논의하며 전면 단절된 남북관계를 회복하는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6자회담으로 이어질까…美中 정상회담 관심=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감에 따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7~8일(현지시간)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도 변수가 생겼다. 당초 미중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대화 복귀를 이끌어낼 방안을 중점적으로 협의할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은 "이번 북한의 대화 제의로 미중 정상회담의 김이 빠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북한이 국제사회에 '우리도 대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미중 대북 공조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 6자 회담 재개도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특사 파견을 통해 중국과 접촉한 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가 이번에 상당한 태도 변화를 나타냈다"며 "이를 통해 대북 영향력 측면에서 힘을 얻은 중국이 자신들이 '바이블'로 여기는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미국 등 국제사회에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태도 변화 속뜻 해석 분분…北 향후 행보는?=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한 것에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장관급 회담 장소를 서울로 못 박은 것도 북한의 대화 진정성을 확인하고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가 있어 양 측의 묘한 심리전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현재 보이고 있는 행동은 최룡해 대중 특사 파견 당시 대화 복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일종의 이행 조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시도 등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유환 교수도 "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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