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적자 279억원에 문 닫은 진주醫
서울醫는 709억원… 전국 의료원 중 최고
존폐논란 속 정부·지자체, '공공성-수익성' 골머리
진료비 인상 한계…정부·지자체 지원 및 부담 높여야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최근 진주의료원이 279억원의 누적적자를 이유로 폐업한 가운데 공공의료원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폐업을 밀어붙인 경남도의 폐쇄조치에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지자체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체질개선과 운영합리화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12년 기준 전국 34곳 지방의료원의 누적적자 총액은 6560억원에 달한다. 전년도(5140억원)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1년 만에 27% 넘게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의료원이 172억원의 적자를 보이는 등 단 한 곳도 예외 없이 모든 의료원이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쌓인 누적적자는 지난해 기준 서울의료원이 709억원, 군산의료원이 536억원, 인천의료원과 남원의료원이 각각 466억원, 381억원에 이르고 있다.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이 아닌 공공의료기관에서 어느 정도 적자가 발생하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 같은 적자 급증이 진주의료원처럼 경영합리화를 명분으로 한 폐원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구조개혁 등을 통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그러나 문제는 각 의료원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의 역할분담이 병행돼야 하지만 이를 위한 현실적 여건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수익원을 창출하기 힘든 형편인 데 반해 의사와 간호사 등에 지급되는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점이 문제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지난해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82.8%로, 전국 평균(69.8%)을 10% 이상 웃돌기도 했다. 의료서비스 질의 제고를 위해 확충한 전문인력이 오히려 적자규모를 늘린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의료원의 특성상 시설개선과 최신장비를 도입한다 해도 진료비 인상이 제한적이고, 수요충족 차원에서 늘린 5~6인실 병상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늘어나는 적자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백방으로 고민 중"이라며 "현재로선 장례식장 분향소를 늘리고 간병인 고용을 줄이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내용의 전부"라고 말했다.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감시ㆍ견제하는 기능이 약화돼 있는 것도 적자누적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1년 5월 서울의료원은 강남구 삼성동에서 중랑구 신내동으로 신축이전을 추진하며 25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도마 위에 올랐다. 그 결과 2008년 8억원의 흑자를 낸 이후 2009년과 2010년 9억원과 32억원에 그쳤던 누적적자는 2011년 149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또 이전 과정에서 600억원에 이르는 의료기기를 도입한 것도 무리였다는 빈축을 샀다.
김기옥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은 "(공공의료원에) '건강한 적자'가 불가피한 건 인정하지만 무리한 사업추진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경영혁신과 체질개선도 필요하다"며 "현재 해당 상임위 내 소위와 태스크포스(TF)에서 외부전문가들과 의원들이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공공의료원의 1인당 의료비 부담이 민간병원의 70% 수준이고, 1년 예산에서 각 지자체가 지원하는 몫이 10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정부와 각 지자체의 지원 및 보조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공공의료원의 태생적 배경이 공공성에 있다는 측면에서 비용부담이 큰 시설과 장비를 공공의 영역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현 구조대로라면 공공의료원은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아야 하는데 이는 공공의료의 존재 목적에 어긋난다"며 "당초 취지와 같이 시설과 장비 등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담당하고 의료원은 운영에 집중하는 형태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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