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회장-채권단, 지주사 유지 이견…구조조정 차질 우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우리은행이 담보로 갖고 있던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지주사 지분을 처분키로 결정하면서 강 회장을 정점으로 한 STX그룹 지배구조는 사실상 해체수순에 들어갈 전망이다.
앞서 비조선부문 계열사 매각 등 회사 차원의 자구책이 진행중인데 이어 채권단 주도의 고강도 구조조정 방안이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강 회장이 지주사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지주사 체제 유지를 놓고 채권단과 강 회장간 이견이 드러난 만큼 향후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통보한 ㈜STX 지분처분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강 회장이 ㈜STX를 통해 그룹 내 각 계열사 지분을 보유해 온 고리가 끊기게 된다.
우리은행은 향후 ㈜STX와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감자와 출자전환이 확실시되자 추가손실을 막기 위해 강 회장이 담보로 맡긴 ㈜STX 주식 653만주(10.8%)를 처분키로 했다. ㈜STX 지분 250만주를 담보로 갖고 있는 한국증권금융도 주가하락에 따라 최근 보유주식을 줄여왔다. 두 기관이 담보로 가진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 올해 초까지 40%에 육박하던 강 회장의 ㈜STX 지분은 7.4%로 줄어들고 이 역시 감자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이 앞서 백의종군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만큼 현재로선 이 같은 방안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관리인이 따로 선임되는 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을 추진한 배경이 강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염두에 둔 것이었던 만큼 향후 채권단과 회사간 마찰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의 주식처분 계획이 알려지자 강 회장은 2일 "향후 신속한 경영정상화는 물론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도 지주회사 체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앞서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ㆍ엔진 등 국내 조선산업 위주로 계열사를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처분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채권단 측과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각 계열사에 대한 강 회장의 지배력이 없어지더라도 채권단은 각 계열사별 상황에 맞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회사가 무너질 경우 지역경제나 개별 금융사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당국은 회생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문제는 현재 진행중인 해외조선소ㆍ비조선부문 계열사 매각이 더디게 진행중인데다, 구조조정의 가장 큰 관건인 업황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STX는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를 흔들면 시장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채권단 내부에서는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후에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부정적인 기류가 팽배한 상황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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