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내부출신 2파전으로 가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내부 출신 인사에 무게가 실리며 2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외부 출신 후보군 중에서 이렇다 할 인물이 드러나지 않는데다, 유력한 인물들도 자리를 마다하거나 회장직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잇따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KB금융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회추위가 꾸린 후보군 가운데 임영록 KB금융지주 사장과 민병덕 KB국민은행 행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임 사장은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으로 민관을 모두 경험했다. 지난 3년간 KB금융 사정을 익힌 데다 정부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순조로울 것으로 평가된다. 민 행장은 30년 넘게 국민은행에 근무한 영업통이다. 금융권ㆍ정부와의 관계가 두루 원만하고, 노조와의 관계가 좋다.
거론되던 다른 후보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지원 의사를 접었다. 전광우ㆍ진동수 전 금융위원장은 헤드헌팅 회사나 정부를 통해 "KB금융 회장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영구 씨티금융지주 회장은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일부 언론에서 거론되는 제 거취는 제 의사와는 무관할 뿐만 아니라 제 의지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내부 인사 중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후보로 떠올랐던 최기의 국민카드 사장과 김옥찬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국민은행장에 도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등 유력한 후보가 남아있지만, KB금융 내부적으로는 "이제는 내부 인사 중에서 회장이 나올 때도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 임 사장과 민 행장에게 힘이 실린다. 또 다른 후보로 거론되는 남경우 전 KB선물 대표는 행시23회 출신으로 재무부 국고국, 공정거래위원회, 국민은행 부행장과 인재개발원장 등을 거쳤다.
국민은행 직원들과 노조 등에서는 민 행장을 특히 지지하는 모양새다. 임 사장은 관료 출신이라 KB 내부에 정통한 인사라고 하기 어렵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전일 성명을 통해 "우리금융과 같은 진정한 내부출신을 회장으로 선임해야 한다"며 "경쟁은행 임원 등 외부 출신은 내부의 극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KB 내부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회장직에 어떤 인물이 선임될지에 따라,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어 회장이 회장직에 결정된 이후 KB금융 계열사 사장단은 재신임을 묻기 위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바 있다.
한 KB금융 임원은 "지난해 말부터 6개월 이상 회장 인사를 두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업무에 집중을 못 할 정도"라며 "하루빨리 신임 회장이 결정돼 안정적인 분위기를 찾았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KB금융 회추위는 다음주 초 회추위를 열어 최종 후보를 3~5명으로 압축한다. 다음달 5일에는 심층면접을 본 뒤 최종 후보 1명을 발표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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