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시대, 이른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알고 싶은 것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열면 오히려 알고 싶지 않은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연예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가정사가 선정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한다. 어느 남자 탤런트의 성폭행 사건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했다. 이혼, 노출, 스캔들 등의 기사는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지배하는 단골메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제목과 기사로 관심과 클릭을 낚시하는 현재의 인터넷 미디어환경은 '언론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다'라는 개탄을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제탐사보도협회와 함께 '조세피난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공동취재한 결과를 보도한 뉴스타파는 뉴스 소비자들에게 가슴 뛰는 희망을, 생산자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국의 프로퍼블리카'를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프로퍼블리카는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언론재벌 머독에게 넘어가자 이에 반발해 사표를 낸 편집장 폴 스타이거가 후원자 샌들러 부부를 만나 창립한 온라인 매체다. 1명의 취재기자가 3개월에서 2년 정도 취재해서 기사를 올린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돈도 많이 드는, 그래서 대부분의 언론사가 피하는 분야에 집중한다.
프로퍼블리카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계기는 2010년 4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고립된 병원에서 대피가 불가능한 환자들을 안락사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내 관련 의료진을 2급 살인 혐의로 기소하게 만든 것이었다. 취재기간 2년 6개월, 인터뷰 대상자만 140여명에 이르렀다. 이 보도로 프로퍼블리카는 온라인 매체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2011년에도 퓰리처상을 받았는데 '월가 금융회사들이 주택 거품이 꺼질 것을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증권을 팔아넘겨 자신들의 보너스를 챙겼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것은 프로퍼블리카뿐만 아니다. 2013년 퓰리처상을 받은 '인사이드 클라이미트뉴스(ICN)는 청정에너지, 탄소에너지, 핵에너지, 환경과학 등에 집중하는 탐사보도 매체로서 '2010년 미시간주 엔브리지 송유관에서 발생한 원유유출 사고'를 파헤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비영리 탐사보도 전문 매체는 현재 47개 국가, 106개에 이른다. 5년 전에 30여개 매체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매체는 정당 및 노조, 대기업 등의 후원을 받지 않으며 광고를 게재하지 않는다. 중립적 연구소 및 재단, 또는 독자들의 후원금을 받아 권력, 금력, 그리고 각종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는 노력을 한 것이다. 이렇게 탐사보도를 표방하는 비영리 독립 매체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이유는 기존 언론이 탐사보도를 점점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더구나 인터넷 뉴스는 가볍고, 말초적인 가십성 기사에 점령당한 지 오래다. 한국의 프로퍼블리카가 탄생하려면 먼저 소비자의 각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탐사보도 매체에 대한 실질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뉴스 생산자는 '뉴스 생산방식의 혁신'과 '업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전 세계 유수의 언론사와 협업 및 정보공유를 통해 세계를 뒤흔드는 뉴스를 내놓은 국제탐사보도협회의 일하는 방식은 국내 언론사에 큰 가르침을 준다. 서로 경쟁하느라 협업이나 정보공유는 꿈도 못 꾸는데 생산하는 뉴스는 대동소이하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탐사보도'야말로 언론 본연의 업무라는 데 동의한다면 스스로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뉴스 생산 및 유통 방식은 참기가 어렵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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