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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년 내내 'M&A 허니문'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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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1년 내내 'M&A 허니문'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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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가약의 주인공에게 쏟아지는 덕담, 꿈같은 신혼을 시샘하는 미혼들의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 결혼식장을 가야할 만큼 가까운지, 축의금은 또 얼마를 내야할지 복잡한 셈. 덧붙여, 더 이상 솔로가 아닌 동료에 대한 기혼자들의 안타까움(?)의 눈빛. '5월의 신부'가 상징하는 허니문(결혼) 시즌의 낯익은 사무실 풍경이다.


누군가 그랬던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그렇다면 하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 영국 시인 섀무얼 존슨은 말했다. "결혼에는 많은 고통이 있지만 독신에는 아무런 즐거움이 없다." 무미건조한 삶을 반납하고 선택한 현실의 통증. 낯선 과거와의 온전한 결합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허니문이 한창이다. 새 짝을 만나 세(가족)를 불리는 인수합병(M&A)이 끊이지 않는다. 애플은 지도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와이파이 기술을 보유한 와이파이슬램을 지난 25일(현지시간) 2000만 달러(221억원)에 인수했다. 같은 날 야후는 17세 개발자 닉 댈로이시오로부터 뉴스 요약 애플리케이션(앱) '섬리'를 3000만 달러(336억원)에 사들였다. 한주 전 야후는 퇴사한 직원이 개발한 개인추천 앱 '자이비'를 인수한 바 있다. 온라인 포털에서 잃은 경쟁력을 모바일 부문에서 회복하기 위한 식욕을 멈추지 않는 중이다.


마냥 부러운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사실 이같은 '짝짓기'에서 비롯된다. '대박 신화' 페이스북은 사진 공유 서비스업체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1조1210억원)에 사들인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무려 30여곳을 인수했다. '검색 공룡' 구글은 2005년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2006년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투브, 2007년 온라인 광고회사 더블클릭, 2009년 모바일 광고회사 애드몹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모토로라를 125억달러(13조5000억원)에 사들였다. '소프트웨어 왕국'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작년 85억달러(10조 원)에 스카이프를 인수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150개 이상의 기업을 품었다.

시스코와 오라클도 인수기업이 100곳을 넘는다. 사실상 하루에 한번꼴로 짝짓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기업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진다. 인수기업은 M&A를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강화한다. 피인수기업은 몫돈을 챙겨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이같은 선순환 구조에 인재들이 모이고 아이디어가 넘쳐나며, 혁신이 불붙는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1년 내내 허니문 축제다.


그에 비하면 우리 시장은 따분하기 짝이 없다. 기껏해야 SK텔레콤-하이닉스가 탄생시킨 SK하이닉스, CJ GLS-대한통운이 낳은 CJ대한통운이 기억에 남을 정도다. 좀처럼 혼담이 오가지 않으니 중매쟁이들도 울상이다. 주요 15개 증권사들의 2012회계연도 3ㆍ4분기 누적(2012년 4~12월 말) 인수ㆍ합병 수수료 수익 규모는 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679억원) 9.7% 줄었다. 가뜩이나 위축된 M&A 시장이 더 얼어붙었다는 증거다.


기업간 짝짓기를 '힘의 논리'로 보는 편견이 문제다.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의 지배자로 평가받는 왜곡된 시각은 M&A를 승자와 패자로 구분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전락시킨다. 지나친 순혈주의도 장애다. 내편, 네편 가르는 오만한 '우월주의'는 조직 갈라파고스 현상을 부추기고 폐쇄적 기업 문화를 고착화시킨다.


'될성 싶은 나무'가 아니라 '이미 된 나무'를 싸게 챙기려는 서푼짜리 장사치 근성도 문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이에 대해 "바람직한 가격에 공정한 기업을 사기보다는 공정한 가격에 바람직한 기업을 매입하라"고 꾸짖었다. 그래서다. M&A를 제로섬이 아닌 윈윈으로 보는 시각, 순혈주의 대신 다양성을 인정하는 문화, 될성 싶은 나무를 키우는 기업가 정신이 서둘러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우리도 1년 내내 허니문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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