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
"실효성 위해 각종 계약서 불평등 조항도 점차 개정하기로"
광주시 광산구(구청장 민형배)가 공문서에서 ‘갑’과 ‘을’을 없애기로 했다.
지난 21일 광산구는 각 실·과에 공문을 보냈다. 앞으로 각종 공문서를 작성할 경우 ‘갑’과 ‘을’의 호칭을 삭제하고, 고유의 명칭을 표기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광산구의 각종 공문서에서 ‘갑’은 ‘광산구청’으로, ‘을’은 ‘OO회사, XX단체, ㅁㅁ근로자’ 등으로 표기하게 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갑의 횡포’가 사회적으로 문제로 대두된 분위기와 더불어 지난달 광산구가 발표한 ‘노동과 자본에 대한 공무수행 원칙’에 따른 것.
공무수행 원칙을 통해 광산구는 각종 공무를 수행할 때 노동과 자본이 상생하고, 지역·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성을 갖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광산구는 이에 입각해 각종 정책과 사업을 검토하던 중 ‘갑’과 ‘을’의 문제가 상생과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판단, 이를 시정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게 됐다.
그 첫 사례로 기존에 관행처럼 굳어진 계약서나 협약서에서의 불평등 관행을 없애기로 했다. 광산구는 이번 조치가 단순히 용어를 교체하는 형식적인 변화를 넘어, 실질적인 평등 관계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올해 상반기 버스 임대업자와 한 계약서 중 “운행일, 구간 등은 광산구청에서 사정에 의하여 변경할 수 있으며 ‘을’은 ‘갑’ 변경한 내용을 수락한다”는 규정을 앞으로는 “운행일, 구간 등은 광산구청과 OO회사 간에 협의하여 변경할 수 있다”로 고치는 등 불평등 조항을 점차 고쳐가기로 했다.
광산구는 이런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그동안 ‘을’로 불려왔던 계약당사자의 입장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광산구와 각종 계약과 협약을 맺어왔거나 앞으로 맺을 당사자들에게 불합리한 규정이 있으면 시정을 건의하도록 요청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내용을 고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갑’과 ‘을’의 불평등한 거래관계가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광산구가 먼저 이런 불공정한 관행을 없애나갈 것이고, 이를 이어받아 지역사회에도 평등한 거래문화가 정착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광산구의 조치는 광주시 지자체 중에는 첫 사례다. 전국적으로는 이미 서울 강북구, 인천시 등이 각종 계약서류에서 ‘갑’과 ‘을’의 호칭을 삭제하고, 대체 용어를 제시한 바 있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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