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1995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89) 전 일본 총리가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의 역사관을 강력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일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인터뷰에서 최근 아베 총리가 침략에 대한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무력으로 적국에 들어가면 그게 침략"이라며 아베 총리를 비판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해가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라며 "무력으로 적국에 들어가면 그게 바로 침략이지 그 이외의 다른 표현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계승 여부를 놓고 말을 바꾸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베 총리의 발언 의도를 잘 모르겠다"면서 "만약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입장에 선다면 중국, 한국은 물론 아시아 전체와 미국으로부터 비판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군대가 강제적으로 납치해 끌고갔다는 사실이나 기록은 없을지 모르지만 군이 관여해 위안소를 설치하고 군이 관리했다는 것은 명확하다"면서 "지금에 와서 고노 담화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국내에서 다시 문제를 삼아 국제적인 비판을 사는 어리석은 일은 그만두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8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담화를 일컫는다.
무라야마 총리는 특히 아베 총리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여러차례 언급한 데 대해서는 "(군) 작전상의 여러 필요에 의해 위안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드러난 이상 군이 한 것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4년 6월 자민, 사회(현 사민당 전신), 사키가케의 3당이 연립정권을 꾸리면서 사회당 위원장으로는 처음으로 총리에 취임, 자민당 등의 반대속에 무라야마 담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상과 관련한 '아시아여성평화기금' 설치 등을 추진했다. 그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태평양 전쟁 당시 식민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무라야마담화 발표 배경에 대해 "일본정부로서 (과거 전쟁과 역사인식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고 또하나는 총리 취임후 아세안, 한국, 중국 방문을 통해 역사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아베 정권이 헌법개정 발의요건을 정한 96조 개정을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개헌의) 내용도 모른 채 96조만 바꾸는 것은 개헌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일 뿐 완전히 기만적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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