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챙겨야해 3중 부담
-선생님 집 주소 아는 건 엄마의 능력, 네일샵·미용실 이용권 등 끊어줘
-카카오톡 메신저로 스승의 날 선물....선생님들 거절 못해
-학교 선생님보다 학원 선생님 더 신경 써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선생님 집 주소까지 아는 게 요즘 엄마의 능력이라고 합니다. 스승의 날 학교로 선물을 안 가져가고 집으로 배달시키기 때문이죠. 학교에서는 공문 내려와서 선물 보내지 말라고 하는데 하는 엄마들은 다 하죠. 이번에 보내지 말라고 해서 진짜 안 보냈는데 조금 후회 되네요. 여기저기서 선물했다는 엄마들이 많아서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주부 김명희(39)씨는 "5월 가정의 달은 주부들에겐 한숨의 달"이라며 "다음 달 카드 값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정의 달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주부들이 챙겨야하는 공식적인 행사가 많다. 지난 18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만난 주부들은 이 중에서 가장 부담이 된다고 밝힌 것은 바로 스승의 날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형편에 따라 조정할 수 있지만 스승의 날은 여전히 '정성껏' 챙겨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 뿐 만 아니라 학원 선생님까지 챙겨야 해 이들에게는 이중 부담이다.
주부 박미영(38)씨는 "어린이날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마트에서 만 원대 장난감 선물을 사주고, 어버이날은 형편이 어렵다고 말씀드리며 용돈을 지난해보다 적게 드렸는데 스승의 날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며 "어린이집은 아무래도 선생님 영향을 아이들이 많이 받다보니 선물은 하지 않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또 어설프게 선물을 준비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은 이미지를 줄 것 같아 10만원대 고급 바디용품 세트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대형마트를 찾은 한 주부는 "스승의 날 선물을 보내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와서 선물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여기저기서 선물 보냈다는 소리가 들려 은근히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 않게 하는 선물을 요즘 엄마들이 선생님께 보낸다"며 "몇 명 엄마들이 돈을 모아 선생님 네일샵 케어를 끊어주거나 미용실 이용권을 등록해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주부 이주영(42)씨는 "대부분 엄마들이 하는 분위기라서 안 하면 왠지 우리 아이에게 손해가 갈 것 같아 선물을 했다"며 "공개적으로는 못 하고 집으로 선물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행정실 직원을 잘 아는 엄마가 주소를 알면 이를 다른 엄마에게 전달하는 식"이라며 "우리 아이를 한 번이라도 더 봐줄 것 같아 선물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백화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공개적이고 직접적인 선물 전달이 부담스러워지자 스마트폰을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주부 임현정(가명·43)씨는 "이번에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께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홍삼세트와 케이크, 화장품 등을 보냈다"며 "이 선물은 거절이나 반환이 안 되니까 엄마들에게는 유용하다"고 말했다.
주부들이 챙겨야 하는 선생님은 학교에 있는 선생님만이 아니다. 학원 선생님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더 큰 부담이다. 학원 선생님이 1:1로 아이와 부딪힐 일이 많기 때문에 학교 선생님께는 선물을 하지 않더라도 학원 선생님들은 꼭 챙겨야 한다는 게 주부들의 생각이다.
주부 김정희(39)씨는 "학교 선생님에게는 선물을 하지 않았지만 학원 선생님들에겐 일일이 손으로 포장한 핸드크림을 선물로 줬다"며 "선물을 보내면 뭐 하나라도 더 우리 아이한테 가르쳐 줄 것 같고, 정성을 쏟아 줄 것 같아 선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