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갑들의 갑 네이버 사업모델 그대로 따라해..수수료 최대 30% 부과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인터넷으로 옷장사를 하는 A씨는 2004년부터 10년 가까이 오픈마켓인 옥션, 지마켓, 11번가에서 쇼핑몰을 운영해왔다.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이 커지면서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직원도 5명까지 두게 됐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갑의 횡포'에 하루하루가 힘겹다. 오픈마켓이 판매 수수료 외에 광고 수수료까지 무리하게 요구하면서다. 그 바람에 매출의 30% 가까이를 떼여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횡포가 '검색 공룡' 네이버의 불합리한 제도를 담습한다는 점에서 A씨는 네이버의 책임론을 역설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쇼핑몰 개인사업자들을 줄 세우는 오픈마켓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판매수수료 외에 과도한 광고수수료를 요구하며 온라인 상거래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상품 당 판매 수수료는 카테고리별로 8~12%에 이른다. 마진율을 생각하면 부담스런 수수료율이지만 각종 명목으로 광고 수수료를 챙기는 관행이 더욱 기가 막힌다.
A씨는 "현재 오픈마켓의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상품정보는 모두 광고 수수료를 많이 지불한 상품들"이라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품 대신 돈(광고료)을 많이 내는 업자들의 상품이 상단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검색창에 '네비게이션'을 검색하면 광고 수수료를 많이 지불한 상품정보들이 상단에 노출된다. A씨는 "스크롤을 3번 이상 내려야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진짜' 인기상품 목록들을 만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품인 것처럼 아이콘으로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판매업자 B씨는 "오픈마켓들이 광고비를 많이 주는 상품에 일제히 '핫'이라는 아이콘을 달아 소비자들을 현혹시킨다는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 오픈마켓은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를 받고 '핫(HOT)' 대신 '업(UP)'으로 아이콘을 바꾸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횡포의 시초가 네이버에 있다고 꼬집는다. 네이버가 오픈마켓에 요구하는 과도한 수수료 관행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현재 자사의 가격비교 서비스 지식쇼핑에 상품정보를 올리는 오픈마켓에 1.5~2%의 중개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결국 갑(오픈마켓)들의 갑인 네이버의 횡포에 개인이나 소규모 판매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쇼핑몰을 운영하는 C씨는 "돈을 내고 광고 자리를 산 업체들 배만 불리는 방식은 네이버의 파워링크에서 그 시초를 찾을 수 있다"며 "오픈마켓들이 지난해 일제히 도입한 CPC(클릭당 과금 방식)도 네이버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포털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네이버가 불합리한 관행을 만들고 오픈마켓들이 이를 따라하면서 생태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불공정 거래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나선 데 이어 국회에서도 네이버를 압박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검색점유율 74%를 넘어서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온라인 생태계 발전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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