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ㆍ지폐 매년 제조비용, 중소기업 1년 매출 맞먹어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가정이나 사무실 등에 모아두거나 방치한 동전, 찢어지거나 손상된 지폐. 이처럼 사용되지 못하고 '잠들어 있는' 돈 때문에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동전을 유통시키고 지폐를 깨끗하게 사용한다면 아낄 수 있는 돈이 웬만한 중소기업의 1년 매출과 맞먹는 셈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준으로 동전을 새로 만드는 제조비용은 연간 5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폐 제조비용은 780억원에 달했다. 매년 새 돈을 만드는 데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 비용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신규 화폐 제조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선 5월 한 달 동안 '범국민 동전교환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사용되지 않고 돼지저금통의 배만 불리는 동전들을 유통시키면 매년 들어가는 동전 제조비를 상당 규모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한국은행은 5월 한 달 간 동전교환운동을 추진해 170억~190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는 전국적으로 2억8500만 개의 동전이 교환됐고 이는 약 400억원 규모였다. 이는 전체 동전 발행잔량의 1.5% 수준이며 전년 동전 순발행량 6억7000만 개의 42.5%에 해당했다. 동전이 회수된 만큼 동전 신규 발행량을 줄여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는 5월 한 달 간 금융기관의 2만여 개 영업점에서 동전을 은행권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홈플러스에서는 상품권으로 교환하거나 충전할 수 있다. 또한 고객의 희망에 따라 '자투리동전 모금함'에 동전을 모으면 해당 금융기관이 사회복지단체에 전액을 기부한다. 과거 5년 동안의 자투리 동전 모금액은 1억1873만원이었다.
찢어지거나 더러워져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 지폐도 골칫거리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지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폐기된 손상화폐의 액면 총액은 무려 1조8337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약 4억7400만장에 해당한다. 폐기화폐를 새 화폐로 대체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연중 돈을 깨끗하게 사용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이 같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돈을 아무렇게나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거나 찢고 낙서를 하는 것은 돈의 수명을 단축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평소 돈을 지갑에 곱게 펴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관리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철현 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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