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발의에 본인 포함 10명 이상 필요...'1호' 공동발의자 확보 관심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새 정치'를 내건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29일 본회의 표결 참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그가 부딪쳐야 할 '현실정치'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의원으로서 1호 법안 발의부터 애를 먹을 것 같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틈바구니에서 무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법률안을 대표발의하려면 자신을 포함해 의원 10인 이상의 뜻을 모아야 한다. 보통 같은 당 의원들끼리 공동발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 의원은 무소속이기 때문에 법안을 대표발의하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정치권은 이 부분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안 의원이 내 놓는 1호 법안이 무엇일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그가 다른 당 의원 9명 이상의 공동발의자를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안 의원의 1호 법안이 무엇이든 새누리당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잘 도와주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후보 때부터 야권 진영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안 의원의 의정활동을 여당인 새누리당이 지원해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 놀기 싫은 전학생'라고 꼬집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도 안 의원의 입법을 돕겠다고 선뜻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안 의원의 원내 진출로 야권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민주당 의원이 안 의원의 입법안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 그는 안 의원에게 마음이 기울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민주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수도권의 한 민주당 의원은 "안 의원이 1호 법안은 상징성이 있고 그 의미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탈당할 각오 없이는 섣불리 서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 의원이 진보정의당이나 통합진보당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4ㆍ24 서울 노원병 보궐 선거에서 안 후보가 진보정의당 김지선,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를 낙선시켰기 때문이다. 안 의원 역시 중도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종북 꼬리표가 붙은 진보정당과 손을 잡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안 의원은 1호 법안을 내 놓기 전에 신당을 창당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을 흡수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민주당에 입당하는 등 거취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국회에서 300분의 1에 그칠지, '야권의 맹주'로 설 수 있을지 그의 정치적 선택에 이래저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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