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원내 진출이 민주통합당에 묘한 긴장감을 던져주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제1야당이라는 존재감을 상실한 채 당 쇄신에 목말라하던 민주당을 분열로 이끌 것인지, 아니면 쇄신의 계기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 의원의 입성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무엇보다 호남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야권의 심장’이라 불리어 온 곳이어서다. 현재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운명이 안 의원에게 좌지우지 될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 ‘인재난’에 빠진 민주당이 안 의원 중심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세가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민주당의 우려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25일 전국 성인남녀 10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의 46.2%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민주당의 주 지지층이기도 한 30~40대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비율이 각각 51.1%, 53.9%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 조사에서는 호남의 중심인 전라권에서 45.7%라는 높은 응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결국 민주당과 안 의원이 기존 야권 지지층을 두고 대격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 의원 측도 야권 정계개편의 출발점이 호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안 의원 측 이상갑 변호사는 지난 2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의 심장인 광주와 전남에서 민주당이 리모델링 수준이 아니라 싹 헐고 다시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의 한계를 절감한 호남의 민심을 안 의원이 싹 흡수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같은 맥락에서 안 의원은 다음달 5·18 행사때 광주 방문을 계기로 독자 세력화의 단초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호남 민심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안 의원의 ‘호남다지기’가 오히려 민주당을 향한 표심을 더욱 공고히 다지며 결집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도 “안 의원에 대한 호남의 기대감은 민주당에 입당한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것”이라면서 “60년 호남에 뿌리내린 정당이 한 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안 의원의 국회 입성에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이 야권의 맹주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는 ‘혁신적인 당 쇄신’이 유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민주당이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5·4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거듭날 것을 다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당 대표에게 인사와 예산권을 전권을 부여한 것도 새 대표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또 민주당이 당 정체성 재정립 과정에서 “중도 노선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안 의원을 겨냥한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 의원이 중도·무당파 층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민주당은 국회에서 ‘초선’인 안 의원의 기를 꺾겠다는 의지도 다지고 있다. 127석이라는 의석을 확보한 제1야당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안 의원의 세력화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당내 계파정치 청산, 인적쇄신 등 강도 높은 쇄신이 뒷받침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부터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계파간 갈등을 빚으며 안 의원 쪽으로 움직이느냐 마느냐하는 목소리만 계속된다면 민주당은 ‘이빨빠진’ 제1야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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