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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 "사흘만 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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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장애인의 날'
'시각장애인 앵커 1호'에서 리포터로…"새롭게 도전하겠다" 소감 밝혀


'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장애인 1호 앵커' 이창훈씨가 1년5개월간 진행한 KBS 1TV '뉴스 12' 생활뉴스 코너를 떠나 오는 22일부터 2TV '사랑의 가족'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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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모 스마트폰 광고처럼 단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운전을 배우고 싶네요."


국내 방송 사상 최초의 시각장애인 앵커로 이름을 알린 이창훈(28)씨. 최근 그는 지난 1년 5개월 동안 맡아왔던 KBS 1TV '뉴스 12' 코너를 지체장애 1급인 홍서윤(26)씨에게 내줬다. 대신 KBS 제3라디오 '내일은 푸른 하늘'과 KBS 2TV '사랑의 가족'을 통해 청취자(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1급 시각장애인인 이씨는 2011년 7월 5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KBS 보도본부 앵커로 선발됐다.

지난 14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3년 차 방송인답게 세련된 외양에 목소리도 더 활기차게 변해 있었다. 뉴스를 떠나게 된 것이 섭섭하지 않냐고 묻자 "당장 주어진 기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 아직 젊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닐까요?"라고 답했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접한 그의 소식은 국내 장애인 인재들에 대한 위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씨는 앵커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클로징멘트를 전하던 순간을 꼽았다. 그는 "'지금까지 이창훈의 생활뉴스였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며 "별다른 실수 없이 달려왔던 생방송의 무게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후임 앵커가 발탁됨에 따라 자신의 거취 문제가 불투명했던 점은 한동안 고민이었다. KBS 내에서 그의 공식 직함은 계약직인 '보도본부 프리랜서 뉴스앵커'다. 하지만 이씨는 KBS가 자신에게 준 기회에 더 중점을 뒀다. 그는 "나와 홍서윤씨가 잘 해야 KBS에서 3호, 4호 장애인 앵커가 또 탄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임인 홍씨에 대해선 "매우 밝고 똑똑한 친구"라고 평했다.


'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위트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이창훈씨는 꿈 많은 20대 청년이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에서 끊임없이 웃고, 손으로 조심스레 커피잔을 쥐는 그의 손길에서 장애라는 단어를 떠올리긴 어려웠다.

이씨는 "처음부터 맞는 옷을 입는 사람은 없지 않겠냐"고 물었다. 젊으니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게 안정된 자리를 지키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그는 "앵커 이창훈은 분명 좋은 출발점이었다"며 "그 경험을 디딤돌 삼아 또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찾아보는 과정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생동감 있는 리포트를 하기 위해 목소리 톤을 높이고 손동작을 사용하는 화법을 익히는 데 열심이다. 어쩐지 말투가 좀 발랄해졌다고 말하자 그는 "이 참에 '안녕하세요'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패널로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처음으로 리포터로 나서는 그는 매주 월요일, 라디오와 TV에서 각각 15분과 10분씩 한 주간 동안 일어난 장애계 소식을 전달할 예정이다.


좋은 소식은 또 있다. 이씨가 대만 주대관 문교기금회가 주관하는 세계생명사랑국제상 수상자로 지난 2월 선정된 것이다. 이씨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은 물론 일반인에게까지 감동과 용기를 준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이번 시상식을 위해 이씨는 다음달 20일 어머니 이상녀(60)씨와 함께 대만행 비행기에 오른다. 해외에서까지 그를 알아준다는 게 내심 얼떨떨한지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씨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 방송 일 외에 인터넷라디오 진행과 음악감상,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활용이 그의 주된 취미다. 스마트폰을 꺼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페이스북 창을 열어 보이는 모습에도 막힘이 없다. 트위터 팔로어 1250명, 페친 530여명이 그의 소셜 지인들이다. 그는 "언론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하고 싶고, 또래 친구나 청소년들과도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장애우들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고 해석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같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장애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더 빨리 변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최근 인상 깊게 본 모 스마트폰 광고를 언급했다. "볼 수 있다는 희망은 없지만 최대한 삶을 누리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깊은 진심이 묻어났다.


'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리포터로서의 첫 녹화"라며 보내온 사진에서 그는 여전히 웃고 있다. 훤칠한 키와 단정한 옷매무새, 정확한 발성과 발음을 자랑하는 그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이씨는 생후 7개월 때 앓은 뇌수막염 후유증으로 양쪽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이후 정규 교육과정을 밟아 서울신학대와 숭실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2007년부터 한국시각장애인인터넷방송(KBIC) 진행자로도 활동했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의 공연 활동을 위한 비영리단체 '좋은이웃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시민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기사]국내 첫 시각장애인 앵커 이창훈…요즘 그는?(2012.02.06)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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